오는 8월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직장인 신정순(53)씨는 여행 경비를 계산해보고 깜짝 놀랐다. 5인 가족이 3박 4일간 여행을 떠나는 비용이 3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왕복 항공권 예약에 약 145만원, 차량 대여에 54만원, 숙박비로 42만원 등 240만원가량을 냈다고 했다. 식비 등을 포함하면 여행 경비가 300만원이 넘는 셈이다. 신씨는 “코로나로 못 가던 여름휴가를 3년 만에 가려고 했는데, 여행 비용이 전체적으로 너무 높아졌다”며 “저렴한 취소 항공권이 나오길 기대하며 항공권 예약 앱을 하루에 몇 번씩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주플레이션(제주도­+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고환율, 코로나 재확산 등을 이유로 해외여행 대신 제주도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 많지만 제주도행 항공편 가격을 비롯해 제주 여행에 드는 비용이 전반적으로 확 올랐기 때문이다.

휴가철을 앞두고 제주도 여행에 드는 모든 비용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국내 항공료와 단체여행비는 1년 전보다 각각 19.5%, 3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승용차 임차료가 28.9%, 호텔 숙박료는 7.3% 올랐다. 제주도 현지의 물가 상승 폭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크다. 1년간 전국 소비자물가는 6% 올랐는데, 제주도 물가는 7.4% 올랐다.

‘제주플레이션’에 여름휴가 장소로 제주도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생겼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주모(26)씨는 오는 8월 연인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다가 계획을 수정했다. 해외여행이 부담스러워 제주도로 눈을 돌렸는데, 제주도 여행 비용을 계산해보니 해외여행 수준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주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비싸야 10만원이었던 제주도 왕복 항공권이 30만원 넘어가고, 하루에 10만원꼴이었던 승용차 렌트비도 15만원 수준”이라며 “제주도 대신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가서 바다를 보고 올 생각”이라고 했다.

고물가 여파로 휴가 자체를 포기하는 이른바 ‘휴포족’도 등장했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30)씨는 올 초까지만 해도 여름휴가로 동남아나 제주도를 다녀오려고 했으나 모두 포기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박씨는 “물가도, 금리도 올라서 생활비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코로나도 다시 확산하는 추세라서 이번 여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