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여성 A(53)씨는 이달 초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부동산을 방문했다. 그는 현금 1억6000만원을 가지고 와 빌라 한 채를 샀다.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는 24㎡(7.5평) 규모의 빌라를 구입하는 이른바 ‘갭 투자’였다. 겉보기엔 허름해 보이는 다주택 빌라지만, 목동오거리 인근이라 투자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는 게 이유였다. 중국에 있는 한 한국 은행 계좌에 대출받은 돈을 입금했다가, 한국에 있는 같은 은행 지점에서 인출해 가져왔다고 한다. 거래를 중개한 부동산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중국인 손님이 늘어 최근에는 손님 중 10명 중 3명이 중국인”이라며 “작년 같은 기간 대비해서는 중국인들이 1.5~2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 단지 등 부동산의 모습. 2022.7.18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환율과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다시 중국인 사이에서 한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위안화 대비 원 환율은 작년 7월 말 1위안당 177.83원에서 지난 15일 195.8원으로 1년 새 약 10% 올랐다. 거기다 부동산 규제, 고금리,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최근 국내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자 한국 부동산에 관심이 커진 중국인이 늘었다는 얘기가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나온다.

3년 전 한국에 유학 온 중국인 B씨도 지난달 친구 3명과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을 방문했다. A씨는 이미 작년 중국 광저우시에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 한 채를 샀는데,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 정책을 써서 최근 가격이 10% 이상 떨어져 팔려고 내놓은 상태라고 했다. 대신 한국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A씨는 “공부를 해보니 한국은 꾸준히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나라”라며 “5000만~6000만원의 목돈으로 살 수 있는 빌라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 한 해 중국인이 매입한 아파트는 1만639건으로, 전체 외국인 중 60.3%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위안화 환율 여파 등으로 올해 중국인 거래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BBH)의 한 애널리스트는 “환율과 금리, 그리고 중국 내 부동산 전망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유망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