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용자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인하대에 마련된 성폭행 사망 피해자 추모공간에 보낸 근조화환이 전부 철거됐다.

인하대에 마련된 성폭행 추락사 피해자 추모공간에 여성 커뮤니티 회원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서있다. / 배지현 인턴기자

18일 오전 10시 40분쯤 인하대 추모 공간에 근조 화환을 실은 차량이 하나씩 도착했다. 이날 현장에 설치될 예정인 화환은 총 136개였다. 화환에는 ‘언니들이 미안해 끝까지 잊지 않을게’ ‘내 뜨거운 눈물이 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들어주길’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화환은 설치된 지 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전부 반송됐다. 인하대 측은 유가족들이 더 이상 사건이 주목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권수현(21) 인하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 수석국장은 “유가족들이 언론 보도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화환이 있으면 또 일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며 “피해자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유가족들은 잠잠해지기를 원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피해자 추모 공간도 이날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될 예정이다.

인하대 측은 오후 1시쯤 유가족과 상의 후 화환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하대 홍보팀 관계자는 “어느 단체에서 보냈는지 명확한 설명도 없고, 유가족 뜻과 상관없이 보낸 화환”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유족들과의 상의 후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화환 철거와 추모 공간 정리와 관련해 소셜미디어에서는 ‘교직원들이 유가족 뜻에 상관 없이 철거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홍보팀 관계자는 “사건 조명을 통한 2차 가해에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유가족의 요청에 따른 추모 공간 철수와 화환 반송”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