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같은 학교 남학생이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캠퍼스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인하대학교 측이 추도사에서 “피해 학생의 마지막 길이 평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입장문에서 ‘피해자’라고 지칭하지 않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16일 인하대 홈페이지에는 인하대 교직원 일동 명의로 추도사가 올라왔다. 인하대 1학년생인 20대 남성 A씨는 전날 새벽 교내 건물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누군가의 귀한 딸, 학생들의 소중한 학우, 우리 모두가 정성을 다해 보살펴야 할 학생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상황에서 우리는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피해 학생의 명복을 빌었다.

유족을 향해서는 “딸을 먼저 보낸 부모님께 진심을 담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을 학생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소중한 생명을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하고 싶지만 그리할 수 없음에 깊이 슬퍼할 따름이다. 부디 편안히 가길 바란다”고 했다.

교직원 일동은 “우리 사회에서 그 어떤 폭력도 용납될 수 없다”며 “인하인 모두의 터전이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돌아보고 또 돌아보겠다”고 했다. 아울러 “먼저 떠난 학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학생이 사랑했던 이곳이 더 아름다운 교정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6일 인하대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직원 일동 명의 추도사. /인하대 홈페이지

앞서 인하대 총학생회 비대위는 이날 학교 홈페이지에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그저 떨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고개만을 떨굴 뿐”이라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총학생회가 가해자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추상적인 표현으로만 가득한 입장문을 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교직원 일동은 사망한 학생을 ‘피해 학생’이라고 명확하게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또 ‘폭력’ 사건이 있었음을 밝히고 다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하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학생회 비대위는 이날 오후 학교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방학이지만 100명 넘는 학생들이 이곳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강간치사 혐의로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5층짜리 학교 건물 안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B씨가 3층에서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B씨는 15일 오전 3시 49분쯤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쓰러져 있다가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범행 현장인 건물 안에서 A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되자 그의 집에 찾아갔다. A씨는 조사에서 혐의 상당 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바지와 속옷이 교내 다른 장소에서 나오면서 경찰은 A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