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광역시 사상구에 있는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운행하지 않는 택시들이 늘어서 있다./김동환 기자

과거 박근혜·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우버와 타다 서비스를 퇴출시키며 기존 택시 산업을 보호하려 했지만, 현재 국내 택시 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심야 택시 대란’뿐 아니라 낮에도 택시 잡기가 힘들어지는 소비자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양상이다.

부산 수영구에 있는 택시회사 금륜산업은 지난 1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190대의 택시를 보유한 이 회사는 택시기사 급감에 유가 상승의 파도가 덮치면서 휴업을 선택했다. 이 회사 김경현(42) 대표는 “최근엔 전체 택시 중 30%를 좀 웃도는 72대만 운영됐다”며 “지난 3년간 적자만 18억원을 넘었고 유가 등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휴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금륜산업 외에 4~5곳의 택시회사가 휴업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대전에서도 한 법인택시 업체는 보유한 택시 65대 중 35%만 가동하고 있다. 대전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2019년 385대였던 대전 지역 법인택시 휴차 대수는 2020년 673대, 2021년 841대, 2022년 6월까지 815대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사 부족, 기름값 급등… 무기한 휴업 들어간 택시 회사 - 11일 오후 부산광역시 수영구에 있는 택시회사 금륜산업 차고지에 운행하지 않는 택시들이 늘어서 있다. 금륜산업은 택시기사들이 다른 업종으로 떠난 데다 연료비가 치솟은 여파 등으로 이달 1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김동환 기자

택시 업계 위기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택시 기사들이 배달 등 다른 직종으로 빠져나가지만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남아 있는 택시기사들의 노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택시는 법인택시와 개인택시로 나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10만2320명이었던 법인택시 운전자는 지난 4월 말 7만3949명까지 줄었다. 서울도 지난해 법인택시 가동률이 34%에 불과했다.

그래픽=송윤혜

개인택시의 경우, 운전자 수는 코로나 전후로 변동이 거의 없지만 매년 고령 운전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전국 개인택시 운전자는 16만4000여 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비율은 2019년 39%(약 6만4000명)에서 지난 6월 말 48%(약 7만9000명)로 가파르게 올랐다. 부산의 경우, 고령 운전자 비율이 61%에 달한다.

이들은 심야 운행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택시 기사 이모(70)씨는 “밤눈도 점차 어두워지는 것 같고 새벽에 운행할 체력도 받쳐주지 않아 될 수 있으면 오전에서 저녁까지만 운행하려 한다”고 했다. 서울에서 야간 운행하는 개인택시는 전체의 25% 수준인 1만2000대 정도라고 한다.

지난 4월 26일 저녁 서울 종각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이 같은 택시업계의 구조적 문제는 시민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은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한다. 심야와 새벽뿐 아니라 출퇴근 시간대에 택시를 타려는 사람은 넘치는데 택시 공급은 턱없이 못 미치는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벌어지는 것이다. 택시를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은 ‘타다’ ‘IM택시’ ‘카카오벤티’ 등 대형 택시를 이용해 평소보다 비싼 요금을 내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같은 대형 택시는 서울을 기준으로 최대 4배까지 요금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 도입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택시 업계와, 미래에 대한 예측 없이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막았던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의 상황을 가져왔다고 입을 모은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버나 타다는 교통에서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는데 기존 업계와 그에 편승한 정치권에 의해 무산됐다”며 “결국 시민들의 불편과 택시기사의 열악한 여건만 남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