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오전 11시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민주노총 소속 청소·경비근로자 등이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독자 제공

최근 연세대학교에서는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청소·경비 근로자 등이 학교 내에서 벌이는 집회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한창이다. 지난 4월 시작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의 집회가 계기가 됐다. 이들은 3개월째 학생회관 인근 등 학교 곳곳에서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요구 등을 요구하며 민중가요를 틀거나 확성기로 성명 발표를 해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부 학생이 집회 참가자 등을 대상으로 지난 5~6월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학교 안팎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면,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무조건 참아야 하느냐”는 게 이들 주장에 찬성하는 쪽이 던지는 질문이다. 반면 “청소·경비 근로자들은 시급 44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를 요구할 뿐인데, 약자를 위해 약간의 불편도 감수하지 않는 이기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집회에 대해 민사소송 등을 낸 학생 이모(23)씨 등 3명은 “여러 차례에 걸쳐 수업 도중에 집회 소음이 너무 커서 피해를 봤고, 최근 시험 기간에는 꽹과리까지 동원한 시위로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진료비 등 638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본지에 “대학 내 다양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존재할 수 있지만, 확성기를 통해 학생들의 수업과 공부까지 방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 주장에 찬성하는 학생 사이에선 특히 민주노총 소속인 학교 외부인이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가세한 점도 문제 삼는다. 연세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민노총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 등이 교내에 들어와 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학생 박모(21)씨는 “학내 집회는 통상적으로 학생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경찰에 사전 신고 등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학교 구성원도 아닌 사람들이 집회를 하는 것까지 허용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노조 측에 문제 제기 한 학생들에 대해 “당장 고소를 취하하라”는 비판도 거세다. 나윤경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최근 공개한 하반기 강의 계획서에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는데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 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냈다”는 취지로 이들을 비판했다. 연세대 학생들로 구성된 ‘연세대 비정규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대책위’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측에 책임을 규탄할 예정이다. 이 단체 집행위원장 해슬(22)씨는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은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면서 노동자를 투쟁하게 만드는 학교”라며 “노동자를 대상으로 고소를 제기한 학생들은 당장 취하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연세대 측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서기환 연세대 총무팀장은 “청소·경비 근로자들 처우는 그들을 고용한 회사와 논의해야 하고, 학교는 그 회사와 계약한 원청이라 법적으로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법적 조치 대신 대화와 토론을 우선했다면 좋았겠지만, 노동자들도 집회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며 “노조법에도 일을 방해하는 수준의 시위는 금지하는 만큼, 과도한 소음을 유발해 수업권을 방해하는 방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정규 교육 과정에서 파업을 비롯한 노동3권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노조에 대한 기존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만 답습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