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26)씨는 지난 5월 말부터 밤에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원룸 건물 4층에 사는데도, 거의 매일 밤 10시쯤부터 집 밖 도로에서 귀가 먹먹할 정도로 엔진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 여러 대가 잇따라 지나간다고 한다. 거기다 원룸이 많은 지역이라 배달 오토바이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이씨는 “특히 요즘 날씨가 더워져 창문을 열고 잘 때가 많은데, 잠이 들만하면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너무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일러스트=박상훈
부쩍 늘어난 오토바이 소음 민원

지난 2년여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실내 취미 활동 등이 제약받는 일이 많았는데, 그러는 사이 오토바이를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감염 위험도 작고 ‘밤 9시 또는 10시 이후 영업 제한’ 등이 수시로 적용되며 밤에 다니는 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토바이 탓에 괴롭다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소음, 도로 위 곡예 운전이 대표적이다. 또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을 가리키는 ‘라이더’를 위한 라이더 카페가 잇따라 생겨나 인근 주민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오토바이 업계 등에 따르면 취미로 오토바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타는 것은 배기량 260cc 초과 대형 오토바이다. 이런 오토바이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1만3118대에서 지난해 15만2583대로 2년 새 약 35% 증가했다. 배달에 주로 쓰이는 중형 오토바이(배기량 100cc 초과~260cc 이하)도 같은 기간 약 111만대에서 약 115만대로 늘었다. 비슷한 시기 오토바이 소음 민원도 급증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935건이었던 오토바이 소음 민원은 2021년 2154건으로 두 배 이상이 됐다.

소음 민원의 주요 대상 중 하나가 오토바이 동호회 등의 단체 주행이다. 동호인들 사이에선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단체로 도로를 달리거나 특정 장소에 모이는 것을 ‘밤바리’라고 부른다. 거리 두기가 풀리고 날씨까지 좋아지면서 이런 모임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동호회를 대상으로 곳곳에서 생기는 ‘라이더 카페’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라이더 카페는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모여 주행하다 잠시 들러 쉬거나 모임을 갖기도 하는 곳이다. 대형 오토바이가 한곳에 몰리며 주민들 불만도 크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한모(35)씨는 2년 넘게 집 근처 라이더 카페에서 나오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새벽에 손님들이 오토바이 수십 대의 시동을 켠 채 사진을 찍고 가는데, 그때마다 온 집안이 울릴 정도로 시끄럽다”고 했다. 이달 중순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생긴 한 라이더 카페 인근에는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여럿 있어, 학부모들이 1인 시위를 하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우선 오토바이 소음 허용 기준이 현재 배기량과 무관하게 105dB(데시벨)이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열차가 지나갈 때 철도 주변에서 느끼는 소음이 100dB이고, 자동차 경적 소리가 110dB쯤 된다. 이 때문에 환경부도 배기량이 큰 대형 오토바이의 소음 기준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음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문제다. 소음을 내며 금방 저만치 사라져 버리는 오토바이를 신고하기도 어렵고, 그 소음을 실시간으로 재기도 어렵다. 빠른 속도로 무리 지어 달리는 오토바이 폭주(暴走)족 정도가 단속 가능하다. 현행법상 도로에서 자동차 등이 2대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앞뒤나 좌우로 줄지어 통행하면서 교통상 위험을 일으킬 경우 2년 이하 징역형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결국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동호회 내부에서도 일반 시민 피해를 줄이려는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