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에 한국으로 건너와 4년째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대학생이 전쟁으로 학비를 마련하기 어렵게 되자,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도록 도와준 사연이 전해졌다. 경희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나디아(20)씨가 그 주인공으로, 경희대는 지난 4월 21일 나디아씨에게 이번 학기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고 15일 밝혔다.

나디아씨는 지난 2018년 우크라이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을 들고 홀로 한국에 입국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곳곳에 살았던 그는 철들 때부터 전쟁의 풍경을 줄곧 보고 자랐다.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에 있는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한 직후가 생생하다. 나디아씨는 “어릴 때 시체들이 길거리에 그대로 놓여 있던 걸 본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며 “전쟁이 터지면 전선 인근 도시는 90%가 파괴되고, 나라 전체가 식량 부족과 저임금에 시달린다. 그런 환경을 벗어나 내 인생을 개척하고 싶었다”고 했다.

여러 유학처를 물색하던 중 경기도 경복대에서 외국 학생들에게 기숙사와 어학연수 기회를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소식을 접한 나디아씨는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한국어를 한 글자도 알지 못한 채 들어왔지만, 2년간 어학당에서 밤낮으로 공부했고, 2020년에는 별도 외국인 전형으로 경희대 경영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한국어도 곧잘 하는 그는 국내에서 취업해 돈을 벌어 가족들을 돕는 게 꿈이다. 어릴 적부터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좋아해 언젠가는 차량 정비사로 일해보려고 경희대에서 기계공학과를 복수 전공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매운 닭발을 즐겨 먹는 등 한국인 대학생처럼 지냈던 그의 일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깨져 버렸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에서 세관 업무를 보면서 나디아씨의 학비를 대주던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게 됐다. 그는 “할머니 홀로 수도 키이우에 남았고, 어머니는 독일행 피란길에 오르는 등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며 “군에 지원할 생각을 했지만 어머니가 말려서 한국에 머무르게 됐다”고 했다. 이 사실을 접한 경희대가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며 나디아씨는 간신히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생활비를 대기 위해 별도로 아르바이트도 할 계획이다.

나디아씨는 “내 이름은 우크라이나어로 ‘희망’이란 뜻인데, 부모님께서는 통화할 때마다 나와 조국을 위해 ‘희망이 마지막에 죽는다’는 우크라이나 속담처럼 희망이 우리 옆에 있으니 무섭지 않다고 말씀하신다”며 “한국도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극복하고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모습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