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이 원생에게 매운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시민단체 진정에 대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정치하는엄마들이 공개한 매운 급식 사례. /정치하는엄마들

13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작년 11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교육부와 초등학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이 같은 내용의 진정을 최근 기각했다.

이 단체는 병설 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유치원생(5~7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13세)까지 같은 식단이 제공되는데,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급식이 매워 먹지 못하거나 배앓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것은 반찬 투정이 심한 학생이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며, 매운 급식을 강요하는 행위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유아·아동에게 매움(고통)을 참도록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런 진정을 기각하면서 “매운맛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며 “조리 과정에서 하나의 음식에서 여러 맛이 복합적으로 나기 때문에 그 매움의 정도에 대한 객관적인 수준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의 매움이 아동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준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교육부 등 관련 부처가 급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교육부가 ‘유치원 급식 운영·영양 관리 안내서’를 교육청 및 유치원 등에 배포해 아동들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어 “각급 학교도 매운 음식 등에 간장 등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덜 매운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이 사건은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인권위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불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대체식을 제공하지 않고 매운 음식만 제공해 유아·아동에게 매움을 참도록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며 “매움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다. 맵지 않은 음식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일부 아동에게 먹지 못하는 음식을 제공하고, 배고픔을 유발하고 방치하는 것이 차별”이라며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과 저학년에서 통증으로 매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이 인권침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