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유 전 이사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유 전 이사장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정치·사회 논객으로 활동하는 등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데,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도 당시 언론 보도나 녹취록을 통해서 뒷조사를 의심을 할 만한 사정이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 개인은 아니지만 사과문을 게시해 어느 정도 명예는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오후 1시 45분쯤 법정에 출석한 유 전 이사장은 ‘한 장관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동훈씨가 저한테 사과를 먼저 해야 된다”며 “사람이 최소한의 도의가 있다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비윤리적 취재 행위에 대해 방조하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내게 사과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유튜브 등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019년 12월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검찰의 ‘불법 계좌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듬해 7월에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한 시민단체가 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해 5월 유 전 이사장을 기소했다.

작년 1월 유 전 이사장은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니었다”며 공개 사과했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유 전 이사장 측은 “당시 발언은 그간의 상황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추측에 해당한다. 특정인에 대한 비방이 아닌 검찰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기소는 말이 안된다”고 했다.

지난 1월 열린 공판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두 사람의 법정 대면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 장관은 “유씨나 노무현재단에 대해 계좌 추적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유씨나 지금의 권력자들은 마치 무슨 짓을 해도 자기들은 수사하면 안 되는 초헌법적인 특권 계급인 양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지난 4월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아무런 근거 없이 파급력 있는 라디오에 출연해 허위 발언으로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신뢰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온 유 전 이사장은 “1심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일부 유죄가 나온 만큼 항소 의향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유시민은 죄가 없다”, “정치하십시오”라고 외치기도 했다. 반면 유 전 이사장을 바라보며 “벌금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