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는 지난 2019년 학생 투표를 거쳐 총여학생회를 폐지했다. /뉴시스

‘미투(성폭력 고발)’ 운동이 활발히 전개된 2018년 전국 각 대학에선 ‘총여학생회’가 잇따라 사라졌다. 이 역설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총여학생회는 남·여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총학생회와 별도로 여학생만을 대표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생 자치 기구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 처음 생긴 이래 1990년대까지 다수의 대학에 총여학생회가 만들어졌다. 총여학생회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낮고 대학 문화를 남학생들이 주도하던 시절 여학생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고,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러나 대학 운동권 퇴조와 함께 하나둘 유명무실해지더니,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면서 아예 폐지되기 시작했다.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는 2014년 총학생회 산하 ‘성평등위원회’로 흡수·개편됐고, 작년 10월 성평등위원회마저 폐지됐다. 연세대는 2018년 총여학생회가 과거 십자가 모양의 자위 기구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이 된 은하선씨 강연을 추진했다가 학생들 반발을 샀고, 두 차례의 전체 학생 투표 끝에 이듬해 1월 폐지됐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 중 한양대 등 4곳에만 총여학생회가 남아 있지만 이마저도 활동하는 사람이 없다.

총여학생회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도 벌어졌다. 폐지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남녀 평등이 실현돼 총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존치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총여학생회 폐지 주장은 남녀 불평등이 잔존하는 현실을 부정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총여학생회 폐지는 여학생들도 폐지 쪽에 투표해 가능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여학생들에게도 제일 중요한 건 취업 같은 현실적 문제인데, 총여를 중심으로 한 페미니즘 운동이 이런 문제들과 동떨어져 전개됐다”고 했다.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에서 총여학생회가 고유의 역할을 잃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대다수 대학이 인권 보호 기구를 설치하고 성폭력 사건을 법적으로 처리하는 절차를 갖추면서 총여학생회가 설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유재인·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