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민주주의를 훼손한 이사회 결정을 규탄한다!”

24일 오후 7시쯤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캠퍼스 잔디밭에서 학생 1200여 명이 모여 이런 구호를 외쳤다. 6년 만에 학생 총회가 열린 것이다. 총회는 학교의 중대사가 생겼을 때 학생들이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소집하는 기구다. 이날 총회는 최근 성신여대 차기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법인인 성신학원이 특정 후보를 밀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열리게 됐다.

지난달 21일 성신학원 이사회가 이성근 경영학과 교수를 총장으로 지명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교수와 학생, 교직원, 그리고 동문들이 참여한 차기 총장 선거에서 이성근 교수는 성효용 경제학과 교수 다음으로 2위였는데, 이사회는 그를 고른 것이다. 학교 정관상으론 이사회가 1, 2위 후보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지목할 수 있어 규정에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사회 소집을 앞두고 이 교수가 김도형 법인 사무국장, 김모 전 총장, 김모 당시 총동창회장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 본인이 총장으로 선발되기 위해 이사회를 설득하는 방법을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학교 내 반발이 거세졌다고 한다. 이 내용은 이 자리에서 나온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알려졌다.

지난 6일 성신여대 일부 교수와 학생, 동문들이 만든 ‘총장선임에 관한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이 교수와 김도형 사무국장 등은 총장 후보 면접 전 따로 만난 자리에서 “성 교수는 당황하면 말이 빨라지니 안 좋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며 이사회에서 압박 면접을 실시한 뒤 투표를 하자는 등의 대화를 했다. 실제 이사회는 총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압박 면접과 다수결 투표를 실시했다고 한다. 또 이사회에 소속된 교수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 교수를 뽑도록 설득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학교법인 소속인 김도형 사무국장은 이사회를 앞두고 이사들에게 “이성근 교수를 지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자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성신여대는 지난 2017년 심화진 당시 총장이 학교 공금 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 이후 학교법인 운영진이 새롭게 들어섰고, 총장 직선제가 도입돼 양보경 현 총장이 취임했다. 양 총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성신의 민주화와 정상화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에 또 공정성 논란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원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민주화를 내세웠던 이들이 부당한 공모로 민주적 절차인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며 “이사회는 하루빨리 총장 선출 과정을 공개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김도형 사무국장은 공모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분간 언론 접촉은 사양하려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