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잼미님’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해온 조장미(27)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유튜버들이 조씨에게 ‘페미니스트’란 낙인을 찍고 모욕을 가한 것이 주원인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해명했지만 비난은 계속됐다. 유족은 “조씨가 수많은 악플 테러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고 했다.

온라인 공간은 죽음을 낳을 만큼 남녀 갈등의 주 전장(戰場)이 됐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16세 이상 남녀 1786명을 대상으로 한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에서 국민들은 남녀 갈등이 주로 나타나는 공간으로 직장(49.4%)에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37.8%)를 꼽았다. 온라인 이용률이 높은 10~30대는 60% 이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첫손에 꼽았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남녀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데에는 국민 10명 중 7명(68.9%)이 동의했다.

혐오 표현도 범람하고 있다. 본지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를 통해 2014년부터 온라인에서 사용된 남녀 혐오 표현을 조사한 결과, ‘한남충’ ‘김치녀’ 등의 단어는 각각 200만회 이상 사용됐다.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20대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2번남’이란 용어가 등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측 정치인들까지 이를 선거에 활용했다. 온라인 혐오 표현이 정치권까지 확산된 것이다.

10·20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형성되는 ‘여론’에 민감했다. 10대의 38.7%, 20대의 37.7%가 ‘젠더 이슈를 판단할 때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56.3%)은 남녀 갈등을 해소하려면 ‘혐오 담론을 주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규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28)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게토’를 형성할 수 있어 극단적, 자극적인 주장들이 주도권을 쥔다”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커뮤니티를 통해 결집된 세력을 만들고, 여론에서 다수를 압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