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한 건물 1층, 도어락으로 잠긴 화장실 앞에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힌 팻말이 붙어 있다. /신현지 기자

택시기사 이모(63)씨는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15분 동안 화장실을 찾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 간신히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화장실을 발견했지만 문이 잠겨있었다. 결국 주변에서 노상방뇨를 했다고 한다. 이씨는 “요즘은 문을 연 화장실이 거의 없어 힘들다”며 “매일 화장실을 찾아 헤매다 보니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페트병을 하나씩 갖고 다니는 택시기사도 많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3)씨도 최근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들어간 건물마다 문이 잠겨있거나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어 난감했던 적이 있다. 결국 10분 거리의 지하철역 화장실로 갔다. 그는 “‘이러다가 길에서 실수를 하는 게 아닌가’ 식은땀이 났다”고 했다.

도심 곳곳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줄어들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건물주들이 외부인 출입을 막으려고 화장실 문을 걸어잠근 것이다.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근처 주점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당시 23세이던 여성이 살해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개방 화장실에서의 각종 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실제 본지 기자가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지하철 4호선 사당역 인근의 건물 30곳을 돌아봤더니, 11곳은 1층에 화장실이 없었다. 10곳은 화장실이 있었으나 문이 잠겨 있어 외부인이 이용할 수 없었다. 한 건물 주인 배모(49)씨는 3년 전 1층 화장실에 도어락을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건물 세입자들에게만 공유했다. 배씨는 “주변에도 관리가 어려워 화장실 1층에 화장실을 안두거나 2층, 3층 화장실까지 잠그는 건물들이 있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 한 민간개방화장실 문 앞에 '고장'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그 옆으로는 서울시에서 2019년 설치한 안심비상호출벨이 있다. /신현지 기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각 지자체는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민간 개방 화장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민간 개방 화장실이 현재 1246개가 있는데, 한 곳당 매달 6만~10만원 상당의 화장지 등 각종 용품을 준다. 하지만 관리 비용을 감안하면 인센티브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많아, 아예 관리비가 더 든다며 화장실 개방을 철회했거나 철회하겠다는 건물주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에서 4년간 개방화장실을 운영해온 김성운(58)씨가 그런 사례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다 여기로 몰리는데 그러다보면 화장지를 많이 넣어서 변기가 막히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며 “변기를 한번씩 뚫을 때 30만원씩 드는데, 구청은 이런 문제는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