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회사원 이모(39)씨는 두 살배기 아들을 돌보기 위해 작년 가을 육아휴직계를 냈다. 회사 설립 50년 만에 나온 남성 육아휴직 ‘1호’라고 했다. 마음은 불편했다. “남성 육아휴직이 처음이라 회사가 행정처리를 미룬 데다, 막상 휴직이 결정되니 상사들이 ‘그럼 퇴사하는 거냐’고 물으며 충성도를 의심하더라”고 했다.

젊은 남성들은 가사 육아에 공평한 참여를 요구받지만, 사회적 여건은 따라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임직원 3000명 규모 회사에 다니는 정모(35)씨는 갓 돌이 된 아들의 육아 문제로 이직을 고민 중이다. 회사 내 육아휴직을 다녀온 남성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복직 후 다른 업무에 배치된 선배도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아직도 임원들은 ‘애는 엄마가 키우면 되지 않냐’고 묻는다. 공동 육아가 원칙이라고 생각해 휴직이 안 되면 직장을 옮길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남성 육아휴직자는 3만8511명이었다. 전체 육아휴직자 4명 중 1명(23%)이 남성으로, 2017년 12.8%에 비해 증가 추세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남성 휴직자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한 IT 기업에선 모든 직원들에게 2년씩 육아휴직을 주지만, 남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남자에겐 ‘도태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때문이다. 이 회사 직원 A씨는 “여성들은 1년씩 두 번에 나눠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인데, 남성들은 2주 정도 쓰는 게 전부”라고 했다.

남성 육아휴직은 ‘일부 고소득층만의 몫’이란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송모(38)씨는 2020년 육아휴직을 1년 신청했다가 5개월 만에 복귀했다. 육아휴직 급여가 4개월 차부터는 70만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송씨는 “휴직 기간 가족과 ‘제주 살기’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경제적인 이유와 승진에 대한 압박이 겹쳐 조기 복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육아휴직 급여는 월 최대 150만원, 최소 70만원을 지급한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30세대 남성들은 육아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기업은 근로자 육아휴직을 ‘생산성 저하’라고만 여기는 인식을 바꾸고, 국가는 소득 보전 비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