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다. 한국에서 이 격차가 계산되기 시작한 1992년 이래 현재까지 30년간 줄곧 1위다. 한국 남녀 근로자를 2020년 연봉 순으로 줄 세웠을 때 남성들 중 정가운데 있는 사람의 연봉이, 여성 정가운데 있는 사람의 연봉보다 31.5% 높다.

그래픽=송윤혜

한국에서 남녀 임금 격차는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다. 여성계에서는 이 격차가 한국에서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남성이 일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라고 맞선다. 무엇이 진실일까.

남녀 임금 격차가 31.5%라는 것이 직급과 직책이 같은 남녀에게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 남자에게 돈을 31.5% 더 주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는 전체 남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의 나이, 학력, 직업 등의 분포가 서로 달라서 나타나는 ‘차이’와,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남성만큼의 대가를 주지 않아 나타나는 ‘차별’의 결과가 뒤섞여 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남성의 시간당 임금은 여성보다 평균 5273원 높았다. 이 중 1765원은 남녀의 직장 근속 연수, 종사하는 산업의 종류, 학력, 다니는 회사의 규모 및 노조 유무 등의 차이로 인해 생긴 격차였다. 이 중 가장 큰 격차(955원)는 ‘남녀의 직장 근속 연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 여성은 출산·육아로 30대에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수는 영원히 재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비정규직을 전전한다. 직장으로 돌아와도 남성 동기들에 비해 근속 연수가 짧아진다. 그다음 많은 격차(501원)를 만드는 건 ‘종사하는 산업의 차이’다. 여성은 이과보다 문과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결과 임금이 높은 이공계열 산업에 남성보다 덜 진출했다.

나머지 3508원의 격차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미 캔자스대 김창환 교수 연구팀은 2019년 논문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에서 한국 여성은 첫 직장에 들어가는 20대부터 동년배 남성들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 같은 학번으로 입학한 학생들 사이에서도 노동시장 진입 초기 여학생 소득은 남학생보다 9.5~18.9% 낮았다.

여성이 초과·당직·교대 근무 등을 남성보다 덜 하기 때문에 생기는 임금 격차도 있다. 지난 3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들이 내놓은 ‘기관별 성별 임금 격차 설명 자료’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야간·휴일 교대근무를 하는 직무의 남성 직원 비율이 75%였다.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산업진흥원은 야간·당직 근무를 남성 직원이 주로 했다. 이 경우 동일한 직급·직책에서 근무해도 남성이 초과 근무 수당을 받아 임금이 높아진다. 미국도 비슷하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연구팀이 매사추세츠만교통공사 직원들을 연구한 결과,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보다 11% 적었는데, 이는 남성들이 초과 근무를 주당 1.5시간 더 하고 무급 대체휴무는 주당 1.3시간 덜 썼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임금 격차는 여성이 남성보다 게으르기 때문에 발생할까. 하버드대 연구팀은 여성들이 자녀가 있는 경우에 육아 부담 때문에 초과 근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남성들은 초과 근무를 자청해 수입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초과 근무 상황이 전날이나 당일에 생겼을 땐 여성이 초과 근무를 맡는 경우가 남성보다 60%가량 적었다. 그러나 초과 근무 일정이 3개월 전 정해진 경우에는 격차가 6%로 줄었다.

임금 격차 중 여성에게 같은 일을 시키고도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주는 ‘차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대학에 가기 어려웠던 과거 세대 여성들은 남성보다 학력이 낮아 임금을 적게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세대 학력 ‘차이’는 여성에 대한 교육 기회 ‘차별’로 생겨난 것이다.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인한 근속 연수 ‘차이’도, 육아 부담이 남녀에 동등한 것이었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가사·육아로 인한 임금 격차는 여성에게 비혼·비출산을 ‘합리적 선택’이 되게 한다”며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비혼·비출산 경향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