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 김모(27)씨는 최근 남성 지인에게 ‘누군가 내 알몸 영상을 보내더라도 절대 열지 말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인은 “협박범이 내 나체 영상을 뿌린다고 하는데, 이는 딥 페이크로 조작된 영상”이라며 “차단해달라”고 읍소했다. 얼마 후 모르는 계정에서 지인의 영상을 받은 김씨는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은 제로(0)여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는 성(性)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을 찾은 피해자 6952명 중 남성은 26.5%였다. 여전히 여성이 더 많지만, 남성 피해자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남성 피해자는 센터가 개소한 2018년 209명, 2019년 255명에 그쳤지만, 2020년 926명에 이어 지난해 1843명으로 4년간 8배 가까이 급증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상담 인원

센터는 음란 영상 통화를 꼬투리 잡아 돈을 갈취하는 이른바 ‘몸캠 피싱’이 늘어난 것을 이유로 꼽았다. 몸캠 피싱을 당해 최근 한 디지털 영상 삭제 업체를 찾은 고등학생 A(18)씨는 “범인이 영상을 퍼뜨리겠다며 50만원을 요구했는데, 돈이 없어 30만원만 보냈다”면서 “부모님한테 도움도 못 구하겠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두렵다”고 했다. 몸캠 피싱 피해자들이 모인 한 네이버 카페는 회원이 11만4000여 명이나 된다. 센터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한번 유포되면 ‘완전한 삭제’가 불가능하다. 누군가 영상을 저장해두고 언제든지 다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검찰청 검찰 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만3566건이던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2020년 1만6866건으로 4년 사이 24.3% 늘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가 이토록 활성화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 국민이 느끼는 불안도 더 클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