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성범죄에 대한 불안을 호소할 때, 남성들은 ‘억울하게 성범죄 가해자로 몰릴까 걱정된다’고 받아친다. 법조계에선 ‘과도한 불안’이란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 가해자로 무고당해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수 허위 고소는 수사 기관에서 걸러진다”고 했다.

검찰과 경찰·법무부 모두 성범죄 무고 통계를 따로 내진 않는다. 다만 전체 무고 범죄의 기소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2020년 기준 검찰에 접수된 무고 사건은 1만2870건이었지만, 이 중 기소된 사건은 1177건(9.1%)에 불과했다. 같은 해 전체 형법범죄 기소율(30.9%)의 3분의 1 수준이다. 재판에 넘겨져도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2017~2018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상대방을 무고로 고소한 사례 중 유죄로 확인된 건 전체의 6.4%에 불과했다. 김대우 변호사(법무법인 태하)는 “일부 억울한 사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쏠리면서 남성들의 무고 고소가 덩달아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무고죄의 성립 요건이 엄격해 실제 무고를 한 사람도 무고죄 유죄 판결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고죄는 상대방이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신고를 해야 성립하는데, 허위 신고를 한 사람에게 무고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수사 기관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고죄가 인정되는 비율이 낮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라는 지적도 있다. 조용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는 사람은 한 명도 만들면 안 된다는 게 형사사법체계의 대원칙인데, 성범죄에선 범죄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는 정도까지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유죄 판결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무고로 감옥을 가는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이상, 이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무고죄 자체의 형량이 너무 낮다는 주장도 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무고죄의 기본 형량은 6개월~2년인데다, 실제로는 상당수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무고죄의 법정 형량(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비춰봤을 때 실제로 선고되는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김호제 변호사(법무법인 태윤)는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 무고의 경우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