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려올 때는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너희) 아들인가 싶었다”. 육군 병장 A씨는 작년 여름 차량 정비 작업 중 어깨 관절이 파열됐지만, 그해 겨울이 되어서야 MRI 검사를 받았다. 부대 훈련으로 병원 이송이 지연되면서 4개월 뒤에야 국군병원을 찾은 것이다. 수술 이후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은 A씨는 “매일 밤 잠에서 깰 정도의 통증으로 훈련은 물론 행정 업무도 힘든 상황”이라며 “아직도 간부들은 ‘꾀병 아니냐’고 눈치만 준다. 이러니 ‘강제징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20대 남성들은 군인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인격적 존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장병들은 “병사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 “반말과 욕설에 부실한 급식까지 참아내며 복무해야 하나 회의감이 든다”고 답했다. 재외국민이지만 자원해 입대했다는 육군 병장 B씨는 “화장실 가는 것은 물론 밥 먹는 속도까지 간섭하는 걸 보며 입대를 후회했다”고 말했다.

낙후된 군 시설과 장비에 대한 불만도 컸다. 계룡대에서 복무 중인 육군 상병 C씨는 “1976년도에 생산된 모포와 포단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면서 “신형 모포와 포단이 올해 초 보급됐지만, 창고에 정리만 시켜 놓고 정작 보급해주진 않더라”고 했다. 군 복무 중 복사뼈를 다친 배모(26)씨는 사고 당시 4시간 동안 진통제 처방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같은 시기 복무했던 유명 연예인은 발목 부상으로 국군수도병원 1인실에 입원했는데, 내 모습과 대비돼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상목 국방대 교수는 “군대는 국민의 희생과 봉사로 이뤄진 조직인데, 정작 병사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문화는 정착이 안 됐다”고 했다. 엄효식 예비역 대령은 “미국은 군인이 대중교통에 타면 시민들이 ‘당신의 희생에 감사한다’는 말을 건네는데, 우리나라 장병들은 지하철에 빈자리가 나도 눈치를 볼 정도로 위축돼 있다”면서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