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 대면 면회만 가능했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접촉 면회가 허용된 첫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부천시 가은병원에서 김순임 어르신이 가족과 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 탓에 그간 아버지 손 한번 못 잡아봤어요. 얼굴도 스마트폰 화면으로 겨우 봤을 뿐이고요...”

지난 30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의 햇살요양원. 경기 부천시에 사는 김정화(52)씨는 이날 아버지 얼굴을 직접 보는 것이 2년 만이다. 요양원으로 들어서는 그의 손에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크림빵과 직접 달아드리려고 준비한 카네이션 배지 등이 들려 있었다. 아버지 김창호(88)씨가 보행기를 짚고 면회 장소인 상담실로 등장하자 김씨는 곧바로 달려가 한 손으로 아버지 손을 꼭 붙든 채 다른 한 손으로 얼굴을 만지며 안색을 꼼꼼히 살폈다. 김씨는 “중학교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자식들을 혼자 키워주신 아버지인데 코로나 기간 동안 직접 뵙지를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3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가정의 달을 맞아 3주 동안 요양병원·시설에 대한 접촉 대면 면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부모·친지와 직접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의 상봉 장면이 이어졌다. 그간 접촉 면회는 정부 지침에 따라 5개월간 금지돼 왔고 코로나 이후 자체적으로 비대면 면회만 진행한 병원·시설도 많았다. 1일 오전 9시 20분쯤 김상수(55)씨도 어머니가 좋아하신다는 사과 두 상자를 안고 서울 도봉구의 기쁨과나눔 요양원을 찾았다. 86세의 어머니가 현관문으로 마중 나오자 그는 “엄마~”라고 부르며 다가가 두 팔로 꽉 껴안았다. 김씨는 면회실로 이동해 어머니의 두 다리를 주무르면서 계속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대면 면회는 4차 접종을 마친 환자와 3차 접종을 마친 면회객에 한해 허용한다. 확진된 적 있는 사람은 환자와 면회객 모두 2차 접종을 마쳤다면 면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요양원 등에서는 “4차 접종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자체적으로 대면 면회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4차 접종이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많아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대면 면회라는 반발도 나온다.

충북 제천시에 사는 김모(58)씨는 작년 12월 뇌경색을 앓는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신 이후로 한 번도 뵙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면회가 불가능하다. 아버지가 2차 접종 후 뇌경색 발병이 의심돼 추가 접종을 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까봐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김씨는 “아버지가 병원에서 쓸쓸해하셔서 아버지를 응원하기 위해 가족들끼리 시집과 아버지의 평소 모습을 담은 사진, 그리고 아버지의 취미였던 색소폰 음악 동영상을 틀어드리려고 준비했는데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경기도 한 요양시설 원장은 “대면 면회를 진행하다가 감염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어르신들이 위험해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