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사는 강병선(32)⋅홍지원(32) 부부는 8개월 된 아기에게 ‘이로(利澇)’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이로움을 널리 펼치라는 의미인데, 스마트폰 작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추천을 받았다. 2개월 동안 직접 이름을 지어가며 비교해볼 수 있는 서비스와 작명소처럼 이름을 추천받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이 부부는 1만9000원 들여 직접 이름을 짓는 서비스를 선택했다. 작명소가 아닌 앱으로 아이 이름을 짓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부모님께 앱에서 제공하는 뜻풀이와 사주풀이 결과를 보여드리며 설득했다고 한다. 이 부부는 “이름 2~3개 받으면 끝나는 작명소와 달리 어플은 30~50개 후보 중 마음에 드는 이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아이 이름을 지으려 작명소 대신 앱을 이용하는 젊은 부부들이 늘고 있다. 앱으로 아이 이름을 지으면 보통 작명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이름 후보’를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어 선택 폭이 넓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른바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장지원(37)씨도 25개월 아기 이름을 작명 앱을 이용해 ‘도윤(度阭)’이라고 지었다. 장씨는 “부모님이 작명소에서 받아온 이름이 ‘영수’ 하나였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작명소에서 다른 이름을 다시 받으려면 1개당 5만원을 더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지영(35)씨는 지난달 앱을 이용해 아기 이름을 ‘태온(太溫)’이라고 지었다. 김씨는 “언니가 철학관에서 아기 이름과 사주풀이한 결과를 받아 왔는데 작명 앱에서 추천해준 것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젊은 부부들이 앱으로 몰리며 작명소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좋은이름연구소 성민경 이름박사는 “출산율 자체가 떨어져 손님들이 줄었는데 앱까지 유행하면서 한 달에 신생아 이름을 짓겠다는 손님이 3~4명으로 줄었다”며 “IMF 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