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구 수성구 매호동 한 농원에서 꿀벌 한 마리가 꽃망울을 터트린 홍매화로 날아들어 온몸에 꽃가루를 묻힌 채 부지런히 꿀을 따고 있다. /뉴스1

전국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월동 폐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식량 부족으로 생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양봉협회에서 조사한 바로는 전체 벌 중 18% 정도가 (폐사)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 연구원은 꿀벌이 사라진 이유로 기후변화와 해충을 꼽았다. 그는 “벌이 활발하게 활동할 때 미세먼지가 벌의 호흡기를 막아서 일부 벌들이 죽기도 한다”면서도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봄부터 시작된 기상 변화, 즉 이상 기상과 여름·가을철에 발생한 꿀벌 응애라는 기생 해충에 의한 피해”라고 했다.

최 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최근 2년간 2월~4월이 평년에 비해 고온이었다. 이 때문에 봄꽃들이 조기에 개화하면서 개화 기간이 짧아졌다. 꿀을 많이 생산해야 되는 시기인 5월~6월엔 강우, 강풍, 저온으로 벌들이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꿀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꿀벌이 꿀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면역체계가 약해지고 병이나 해충에 특별한 대응을 못한다는 것이다.

또 응애가 많이 발생하면서 농가에서 다량의 살충제를 사용했고, 장기간 약재를 사용하면서 꿀벌 발육도 더뎌졌다. 꿀벌 응애가 기존 약재에 대한 내성을 가지면서 방제 효과도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꿀벌이 발육해야 하는 9월~10월엔 저온 현상이 나타나 꿀벌들은 월동에 들어갔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날씨가 따뜻해지자 꿀벌들은 다시 밖으로 나왔고 이후 추워진 날씨에 벌들이 다시 벌통으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벌들이 폐사하게 됐다. 최 연구원은 “환경이 시발점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9일 오전 경남 창녕군 고암면 한 양봉농가에서 노천식(65) 한국양봉협회 창녕지부장이 빈 벌통을 들고 있다./김동환 기자

최 연구원은 꿀벌이 멸종할 경우 인류가 식량 부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다는 미국 의료학자들의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꿀벌이 전 세계 식량 자원의 70%를 수정해서 결실을 맺게 한다”며 “꿀벌이 멸종하고 1년 정도 지나면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고 빈익빈 부익부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적으로 수급을 하더라도 식량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돈 있는 사람이 식량을 선점하게 되고 없는 사람은 결국 식량 확보를 못 하게 된다. 그래서 빈익빈 부익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그게 3~4년 반복되면 결국 인류 생존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