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가 ‘외국인 문화 인재 유치’를 명목으로 새로 만드는 이른바 ‘한류 비자’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류 비자’는 한류 문화를 배우겠다며 국내 댄스 학원에만 등록해도 비자를 발급해주는 제도이다.

중국 등 외국의 한류 팬들을 중심으로 “당장 지원하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선 “중국인들에게 우리 가요계까지 빼앗길 것”이란 부정적 반응이 적지 않다.

한류 비자는 K팝 등 한류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1~2년짜리 단기 체류 비자로, 법무부가 올해 안에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외국인이 국내 대학의 관련 학과에 진학해 학생 비자를 받거나, SM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취업 비자 등을 받아야 체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돌 댄스나 연기 학원 같은 사설 교육 기관에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류 비자가 생긴다는 소식에 외국 한류 팬들은 환영 일색이다. 중국의 포털 사이트에서는 한류 비자 뉴스가 하루 만에 총 300만건 이상 검색됐다. 아이돌 그룹의 댄서가 꿈인 중국인 양쉬(24)씨는 “한국에서 전문적으로 관련 교육을 받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아쉬웠는데 당장 학원에 등록하고 비자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권에서의 관심도 많다. 한국 힙합 팬인 영국인 로헌 바트라(27)씨는 “한국에 들어올 방법으로 1년 째 원어민 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한류 비자가 생긴다면 그럴 필요 없이 바로 해당 비자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국내 커뮤니티에선 “한국에도 충분히 문화 인재가 많지 않으냐” “안 그래도 중국인 유학생과 관광객 입국이 많은데 이러다가 중국에 잠식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반대 의견이 이어진다. 서울 광화문 직장인 최모(35)씨는 “댄스 학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국내 체류 자격을 주는 건 너무 손쉽게 비자를 주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정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데다가 장기 체류나 영주권 형태가 아닌 단기 체류 형태의 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댄스 학원이나 연기 학원에 등록하는 학생들에게 비자를 내주는 것은 아니고 문체부와의 협의를 거쳐 검증된 교육기관에 등록한 경우로 한정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대상과 기간, 도입 시기 등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