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었지만 사과드립니다”

작년 11월. 경기 화성시에서 보낸 편지 2장이 서울교통공사에 도착했다. 봉투 안에는 20년 전 지하철 무임승차를 사과한다는 내용의 편지와 현금 6만5000원이 있었다.

익명의 시민이 서울교통공사로 보내온 과거 부정 승차를 사과하는 편지와 현금 6만5000원/서울교통공사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시민은 “제가 20년 전 무임승차를 했고, 나이에 맞지 않게 탑승권을 구매한 적 있어서 그에 대한 현금을 동봉해서 보냅니다. 많이 늦었지만 사과드립니다”라고 편지에 적었다.

또 다른 편지에도 “많이 늦었지만 사과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학생 정액권의 환불액을 부당하게 취한 적이 있어서 그에 대한 현금을 동봉해서 보냅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해당 시민이 보낸 지하철 요금 6만5000원을 수입 처리했다고 전했다. 지하철 부정승차를 하면 일반 요금의 30배 부과금을 내야 한다.

이 같은 반성문을 포함해 서울교통공사가 매년 받는 민원은 수천 건에 달한다. 특히 작년 한해에는 ‘칭찬 민원’만 2202건이 접수됐다. 가장 많이 들어온 칭찬 민원 유형은 승무원 안내 방송 관련 건으로 전체 칭찬 민원의 80.5%(1773건)를 차지했다.

승무원이 전동차 운행 중 마스크 착용·승하차 시 주의사항 등 지하철 이용수칙을 친절히 안내하거나, 여유시간 중 잠시 짬을 내 승객들을 격려하며 건넨 감성적인 말이 좋았다는 칭찬들이 많았다.

“한강 다리를 지나고 있으니 잠시 핸드폰은 미뤄두고 멋진 자연을 보며 하차 시 걱정과 근심은 열차에 모두 놓고 내려달라며 코로나로 인한 이 힘든 시기도 지나갈 것이며 다 같이 파이팅하자는 멘트였습니다. 몇 개월째 오가던 출근길에 이렇게 행복하고 가슴이 벅찬 아침이 없었습니다. 저는 코로나 뿐만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로 근래에 들어 많이 지쳐있었고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닌 버티는 느낌이였습니다. 오늘 다시 힘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4월 15일 ‘칭찬 민원’)

“승무원님의 멘트가 위트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출근길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습니다. 어깨 싸움 조심하라는 멘트와 고속터미널은 승객분들의 탑승 열정이 넘쳐나는 곳이라 문을 충분히 오래 열어두겠다는 멘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2021년 12월 16일 ‘칭찬 민원’)

가장 많은 ‘칭찬 민원’을 받은 직원은 지하철 4호선 동작승무사업소에 근무하는 최경천 차장이다. 동작철교를 지나면서 시민에게 건네는 감성 발언으로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이 많았다고 합니다.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서 길음역 가는 열차 같은데 안내 멘트가 멋져서 연락드려요. 코로나로 인해 힘드실 텐데 다들 힘내시고 근심과 걱정이 있다면 열차에 다 두고 내리시라는 멘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2021년 12월 31일 ‘칭찬 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