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냉이바지락 된장국이야. 이거 먹으면 뒤집어져. 소주가 아주 꿀떡꿀떡 넘어간다니까. 일단 앉아봐.”

지난 14일 오후 7시 50분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앞 한 포장마차에 손님이 들어서자 주인 박모(67)씨가 구수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박씨가 맞은 손님은 20·30대 남녀 두 사람이었다. 10분쯤 뒤 박씨가 만들어 준 된장국을 맛본 최모(28)씨가 “이모가 뒤집어진다고 해서 시켰는데 정말 맛있다”고 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서울 종로5가역 주변 포장마차 거리./조선일보 DB

포장마차는 나이 지긋한 이들이 주로 찾던 곳이다. 그런데 요즘 시내 곳곳의 포장마차를 찾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이었지만 종로3가역 5번 출구에서 8번 출구까지 200m가량 이어진 이른바 ‘종로 포차거리’는 젊은이들로 대부분 만석이었다. 포장마차 8곳의 테이블 45개 중 20~30대 손님으로 채워진 테이블만 30개가 넘었다. 종로에서 35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씨는 “나이가 있는 손님들은 소주 하나 시켜놓고 오래 앉아 이야기하는데 젊은 친구들은 안주를 여러 가지 시켜서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30대들이 포장마차를 찾는 건 주황색 비닐 천막, 파란색 플라스틱 테이블, 투박한 그릇 등 TV나 영화에서 보던 분위기를 색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셜미디어(SNS) 등에도 포장마차 다녀왔다는 경험담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춘천에서 서울에 놀러 와 포차거리를 찾아왔다는 유모(27)씨 커플도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다. 지인 셋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은혜(30)씨는 “흔들거리는 테이블에 등받이가 없는 의자도 불편하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비교적 저렴한 안주 가격도 젊은이들을 끌어당기는 유인이다. 손님 오주혁(31)씨는 “냉이바지락된장국, 산낙지, 소주까지 시켰는데 다 해봐야 4만원도 안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