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한 이용자가 만든 아바타(왼쪽)를 돈을 내고 ‘성형’한 모습(오른쪽). /독자 제공

고등학생 신모(19)양은 요즘 3차원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다른 이용자 아바타(가상 분신)의 얼굴을 고쳐주며 용돈을 번다.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들은 자기의 가상 분신(分身)인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고, 제페토에선 아바타의 얼굴이나 머리 모양, 눈꼬리 위치까지도 자기가 꾸밀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신양은 아바타 꾸미기를 어려워하는 사용자들에게 돈 받고 아바타를 ‘성형’해주는 것이다. 의뢰인이 자기가 닮고 싶은 연예인이나 다른 아바타의 사진을 아이디, 비밀번호와 함께 신양에게 보낸 뒤 계좌로 3000원을 입금하면 곧바로 성형이 시작된다. 그는 “그간 아바타 99명을 성형해 30만원을 벌었다”며 “현실에선 학생이지만, 메타버스 세계에선 내가 성형외과 의사”라고 했다.

메타버스가 인기를 끌면서 가상공간에서 성형외과 의사, 코디네이터, 인테리어 전문가 같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용자들이 가상현실의 자기 아바타나, 아바타가 사는 집을 자신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수단처럼 여기면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아바타나 집을 멋지게 꾸미려는 수요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페토 등 일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이용자들이 디자이너나 코디네이터처럼 아바타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의 아이템을 자기가 직접 만들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대학생 조모(25)씨는 “아바타 꾸미기에 빠져 제페토를 시작한 뒤, 파스텔 계열의 교복을 만들어 한 벌에 170~260원에 팔고 있다”고 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튜브가 많은 직업 유튜버를 만들었듯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메타버스판 공인중개사도 등장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안에서 사용자들이 만들어 놓은 집 여러 채를 자기 아바타가 둘러보게 하고, 그 장면을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메타버스판 부동산 ‘임장(臨場·현장 답사의 일본식 표현)’인 셈이다.

해외에서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일할 ‘아바타 직원’을 뽑는 사례도 나왔다.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는 지난 3월 메타버스 안의 가상 카지노에서 일할 직원을 뽑았다. 이 직원은 카지노를 방문한 아바타들이 블랙잭 등 카지노 게임 시설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매 월말에 가상 화폐로 급여를 받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메타버스에서도 자기 아바타를 차별화하려고 기꺼이 돈을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메타버스 시장이 더 커질수록 더 많은 직업과 서비스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