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다가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20 패딩 계급도’가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패딩 계급도는 지난해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가 상품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제작한 콘텐츠다. 이 문서에선 패딩을 ‘우리집 가보’, ‘대물려 입어’, ‘10년 입어’, ‘5년 버텨’, ‘따뜻하면 됐어’, ‘막걸쳐’ 등 6등급으로 나눈 뒤, 제품마다 가격과 성능을 설명한다.

최근 온라인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2020 패딩계급도' / 다나와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르’와 영국 남성 워크웨어 브랜드 ‘나이젤카본’은 최상위급으로 분류됐다. 몽클레르 패딩의 가격은 100만원~300만원대로 형성돼있으며, 나이젤카본 패딩은 공식홈페이지에서 420만원까지 호가한다.

‘대물려입어’에는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무스너클’과 ‘캐나다구스’의 패딩이 속했으며 100만원~200만원대에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천송이 패딩으로 유명한 ‘노비스’와 MZ세대가 선호하는 ‘스톤아일랜드’도 이 계급이다. 스톤아일랜드 패딩은 100만원~40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0년입어’에 속한 패딩은 ‘파라점퍼스’, ‘에르노’, ‘CP컴퍼니’, ‘피어오브갓’ 등 대부분 이태리 수입브랜드였다. ‘5년 버텨’에는 ‘코오롱’, ‘노스페이스’, ‘아이더’, ‘K2′, ‘컬럼비아’ 등이 속했다. 실용성을 중요시한 중간 가격대의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가 이 계급이다. ‘머렐’, ‘블랙야크’, ‘몽벨’이 뒤를 이었다.

‘막 걸쳐’ 계급은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에서 출시한 제품들이 차지했다. 국내 대표 SPA 브랜드 ‘스파오’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10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에 패딩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에 공유된 패딩계급도 /커뮤니티

이외에도 다양한 버전의 패딩 계급도가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지만, 몽클레르 등 명품 수입브랜드를 정점으로 가격대를 분류했다는 점에서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에선 ‘新 등골브레이커(학부모 등골을 빼먹는 옷)’라는 의견이 나온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들이 해당 계급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나와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제품의 등급 및 성능 수준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형태라 생각했다”며 “등급과 계급 구도에 대한 댓글 등의 비판 의견이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 못했다”고 전했다.

명품 온라인 플랫폼 머스트잇의 구매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구매 건수가 크게 늘었는데, 10대의 구매건수 증가율이 67%로 가장 높았다. 20대와 30대도 각각 63%와 48% 증가했다. 특히 MZ남성의 구매 비중이 57%를 차지하며 여성 고객을 앞질렀다. 머스트잇 남성 고객들이 지난해 가장 많이 구매한 건 스톤아일랜드, 구찌, 메종마르지엘라, 톰브라운, 발렌시아가 등 이른바 ‘신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 제품이었다고 한다. 스트리트 브랜드 피어오브갓도 MZ 남성들의 인기에 힘입어 567%의 판매량 증가율을 보였다.

패딩 계급도 확산에 네티즌들은 “이런 것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냐” “자식 키우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진짜 수백만원대 패딩을 많이 입고 다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일 조선닷컴에 “계급은 군대 같은 특수조직에나 있는 형태인데, 패딩 계급도는 가격에 따라 위계를 정해놓았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선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가격 이외에도 다양한 기준으로 패딩을 분류할 수 있을텐데 아쉬운 지점”이라고 했다.

이어 “아이더, K2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도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닌데, 현재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계급도는 지나치게 고가 수입명품 위주로 배치시켜 명품 소비를 조장한다”며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