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게시된 은행원 브이로그 일부 장면. 현재 영상은 삭제됐다./유튜브

지역농협 소속 행원이 올린 유튜브 영상에 고객 개인정보가 버젓이 노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행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 14일 영상 한 편이 올라왔다. 출퇴근하는 장면부터 업무 모습까지 담긴 이른바 ‘직장인 브이로그 (V-log, 일상을 담은 셀프 카메라)’였다.

문제의 장면은 해당 직원이 고객이 작성한 전표를 들고 업무를 보는 부분이다. 이 전표의 뒷면이 비치면서 고객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가 영상에 노출된 것이다. 업무용 컴퓨터 모니터에는 은행의 지점명도 나와 있었다. 해당 영상은 2주 동안 유튜브에 공개됐고 조회 수 700회를 넘겼다.

뒤늦게 영상을 발견한 일부 네티즌들이 “개인정보 유출 및 악용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은행 측에 민원을 제기했고, 29일 오전 8시쯤 논란이 된 영상과 채널은 삭제됐다.

개인정보가 노출된 60대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했다. A씨는 이날 조선닷컴에 “영상을 본 사람들이 내게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알려왔다”며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는데, 그제야 송금을 하려고 2주 전쯤 은행에 들른 게 기억났다”고 했다. 이어 “은행은 개인정보가 중요한 곳인데 이런 부분에서 경각심을 갖지 않고 촬영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같은 날 오전, 문제를 파악한 지점 측은 반나절이 지나서야 피해 고객에게 연락해 사과했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경위를 파악한 후 바로 영상은 삭제했다”며 “매달 고객 개인정보 관련 교육을 하는데 신입직원이라 실수가 발생했다”고 했다. 관계자는 “재발 방지책을 세우겠다”며 “이로 인해 향후 고객에게 피해가 생긴다면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개인정보 관리 교육은 수시로 한다”며 “복무규정에선 업무 중 사적 활동을 금지하지만 언제 영상을 찍는지 알 수 없으니 제재하기 어렵다”고 했다.


◇직장인 브이로그 늘자 개인정보 유출 걱정↑

직장인 브이로그를 우려하는 시선은 적지 않다. 특히 개인정보를 다루거나 타인의 신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큰 직업군에선 ‘브이로그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두고 논란이 된 바 있다.

등교하는 초등학생 /신현종 기자

지난 5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사의 학교 브이로그 촬영을 금지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와 논쟁에 불을 지폈다. 청원인은 “(브이로그 영상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모자이크 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범죄자들이 신상을 알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78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입장문을 통해 “학교 브이로그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금지보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며 “사전 동의 절차와 개인정보 등을 철저히 지키도록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직장인 브이로거가 의도치 않게 타인의 개인정보를 노출해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입장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형법 제14조에 과실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한다’고 돼 있어,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과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피해자는 개인정보 노출로 실질적인 손해가 있을 때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만약 회사가 브이로그를 찍는 직원에 대해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게을리 했다면 연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