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전경./조선일보DB

서울 대림동에서 남녀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50대 중국 동포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 5부(재판장 윤강열·박재영·김상철)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54)씨의 항소심에서 지난 14일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중국 동포인 박씨는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번화가 길거리에서 또 다른 중국 동포 남녀 2명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의 범행 당시 옆에서 피해자들을 맥주병으로 내려치고 흉기에 찔려 쓰러진 피해자의 복부를 걷어찬(특수폭행) 혐의로 함께 기소된 중국 동포 윤모(56)씨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은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박씨는 지난해 8월부터 범행 당시까지 피해 여성 A씨에게 지속적으로 교제를 요구했고, 범행 당일 A씨로부터 “널 영원히 모르는 사람으로 하겠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남성 B씨는 A씨와 지인 사이로, A씨를 찾아온 박씨와 다투다가 참변을 당했다.

박씨는 범행 후 구로동으로 도주했으나,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추적한 경찰에 이틑날 붙잡혔다. 이후 박씨의 범행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며, 이른바 ‘대림동 남녀 살인 사건’으로 불려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여성은 박씨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살해 위협까지 받다가 결국 목숨을 빼앗겼으므로, 분노와 고통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번화한 길거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잔혹하게 살해해, 국민들이 극심한 불안을 느끼게 하는 등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이 지대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의 사형 구형은 “다른 전과가 없고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살인을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받는 중국 동포들의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월 16일에는 옛 연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가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국 동포 유동수(50)씨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내집단주의’가 형성되다 보니, 외국 동포나 외국인들이 소외감을 느끼며 폭력, 증오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공존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