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 경찰관이 공원에서 남성 동료의 도움을 받아 순찰차로 주차 연습을 하는 듯한 사진이 올라왔다. ‘혹시 여경인가 했는데 맞았다’ ‘근무 중 주차 연습도 시켜주고, 여러분의 세금이 터져 나가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였다. 여기에는 ‘어떤 회사가 근무시간에 주차 연습을 시켜주냐’ ‘세금을 허비한다’ 등 비판적인 댓글이 1000건 가까이 달렸다. 이 사진은 여러 커뮤니티로 퍼졌고 온라인 기사 등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15일 “운전 연습은 경찰의 정상적인 근무 활동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1종 보통 운전면허가 경찰 응시 조건일 만큼 순찰차 운전은 경찰의 필수 업무”라며 “선배들이 운전·주차 연습을 시켜주는 것은 남성·여성을 떠나 일반적인 일인데 단지 여경이라는 이유로 비판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지난달 8일에는 충북 청주시의 한 남성 경찰관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시민을 제압하는 상황에서, 여경은 멀찍이 서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경찰 확인 결과 해당 여경은 교육생 신분으로 당시 증거 수집 지시를 받아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몇 장의 사진, 짧은 영상 등을 근거로 한 여경 비판이 남초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은 근거가 빈약한 인터넷발 여론몰이성 게시물이다. 하지만 최근의 젠더(gender·성별) 갈등과 남경(男警) 대비 낮은 여경의 체력 검정 기준 등과 결부돼 ‘여경 무용(無用)론’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을 비롯해 공공기관에서 여성 채용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눈에 띄는 여경을 타깃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군대에 갔다 온 20대 남성들의 피해 의식이 있는 상황에서, 일반화하기 어려운 일부 자극적인 사건이 도화선이 돼 논란이 번져가는 모양새”라고 했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여성 경찰은 1만7515명. 전체 경찰(12만9293명)의 13.5% 수준이다. 근무지는 일선 지구대를 비롯해 경찰서 형사·수사·정보 파트, 경찰청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지구대와 생활안전·여성청소년·경무 분야처럼 여성 피해자 대응이 많고, 섬세함·공감력이 필요한 곳에 많이 포진해 있다.

서울 중랑서에서 4년째 강력팀장을 맡고있는 전윤숙 경감은 “체력적으로 여경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만 전체 사건 중 소위 범인을 때려잡는 사건은 수백 건 중 한 건이 될까 말까”라며 “강력 사건 중에서도 CCTV를 통해 동선을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해 영장을 치는 등 지능적 수사에선 여성이 역할을 하는 등, 남녀가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최근의 논란에 대해 “정말 여경이 무용하다면 내가 강력팀장으로 4년째 일할 수 있었겠느냐”며 “여성도 얼마든지 형사 업무를 잘할 수 있는데 이런 논란이 나올 때마다 속이 상한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여경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비 한국은 여전히 여경 비율이 낮고, 최근 살인·강도·절도 같은 강력 범죄에서도 여성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여경 수가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경찰청의 모든 기획 업무에도 여성의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그간 남녀를 구분해 뽑았던 순경 공채를 2026년부터 통합하고, 논란이 됐던 남녀 간 체력 선발 기준도 통일하기로 했다. 지난 6월에는 ‘여성 경찰 혐오 담론 분석 및 대응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경에 대한 최근의 논쟁은 소모적”이라며 “여경 숫자가 늘고 각 보직에서 활약하는 경찰이 더 많아지면 이 같은 여성 혐오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