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1868~1943) 장군 유해가 안장된 현충원 묘비(墓碑)에 고(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서체(어깨동무체)가 사용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19일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3묘역에 안장된 홍범도 장군의 묘비. 홍 장군의 묘비에 쓰인 글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인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글씨체, 이른바 ‘신영복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현종 기자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전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홍 장군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 ‘애국지사 홍범도의 묘’의 글씨체는 이른바 ‘신영복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사용한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와 같은 서체다. 손혜원 전 의원이 디자인한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도 이 글씨체를 쓴다.

보훈처 측은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요청에 따라 해당 서체를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념사업회의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다. 국립묘지 묘비에 새기는 서체는 유족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관례라고 한다. 그러나 홍 장군 경우처럼 생존 유족이 없는 경우엔 기념사업회 등의 의견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교수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1968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했다. 1988년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8년 사면 복권됐고, 2016년에 별세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신 전 교수를 꼽아왔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6월 창설 60주년을 맞아 새 원훈석(院訓石)을 공개했는데,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문구를 신영복체로 써 논란이 됐었다. 대공 수사를 해온 기관에서 공안사범의 서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서울경찰청도 백드롭(배경 현수막)에 적힌 ‘비전 표어’를 신영복체로 작성해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