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인근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언덕을 넘고 있다. 원주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시위에 대해 '1인 시위'만 허용했지만, 민노총은 집회를 강행했다. /연합뉴스

강원도 원주시의 민노총 집회 금지 조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긴급구제 조치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민노총은 “헌법상의 중대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대신 인권위는 원주시장에게 ‘과도한 집회의 자유 제한을 하지말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27일 인권위는 민노총의 긴급구제 신청에 대해 전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심의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지난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등 원주 시내 8곳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원주시는 집회 전날인 2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2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고, 집회는 4단계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4단계에선 ‘1인 시위'만 허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민노총 집회를 금지시킨 것이다. 원주시는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집회를 위해 전국에서 사람이 모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봤다”며 “집회의 자유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고 했다.

민노총은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계획대로 밀어붙였다. 민노총은 “다른 일상 모임에는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을 적용하면서 집회·시위에만 4단계 기준을 적용한 것은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원주시 조치에 대해 “(거리두기) 3단계에 집회·시위에만 4단계 방침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일 수 있다”며 “원주시장에게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 것을 의견 표명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는 공공의 안녕·질서 등을 위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경우에도 이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 유엔(UN)도 각 집회의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전면적 집회 금지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권위는 원주시의 조치가 긴급구제 조치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긴급구제 조치는 생명권, 건강권, 물적 증거 인멸 등과 같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왔다”며 “(민노총 집회 금지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