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운전면허시험장 내부 모습 / 오종찬 기자

직장인 권도영(27)씨는 지난 4월 ‘2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땄다. 주위에서 ‘그래도 남자는 1종’이라고 했지만, 그는 결국 2종을 택했다. 그는 “내가 ‘스틱’(수동 변속기)을 몰 일이 있겠나 싶더라”며 “집에서 유튜브로 도로 주행 영상 좀 보고, 부모님 차로 연습을 해 결국 7만7000원만 내고 싸게 면허를 땄다”고 했다.

‘남자라면 스틱이지’ ‘남자는 1종 보통’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운전면허를 새로 따는 젊은 남성들이 ‘1종 보통’을 점점 외면한 탓이다. 1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국 27개 운전면허시험장의 1종 보통 도로 주행 응시자는 2011년 23만4362명에서 작년 10만4828명으로 10년 새 반 토막 났다. 2011년에는 운전면허 전체 응시자 중 절반 이상(52%)이 ‘1종 보통’을 택했는데, 작년에는 세 명 중 한 명꼴(34%)로 확 줄었다.

1종 보통은 15인승 이하 승합차와 12톤 미만의 화물차, 3톤 미만의 지게차를 몰 수 있다. 2종 보통은 10인승 이하 승합차와 4톤 이하 화물차를 운전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스틱’의 몰락 때문이다. 클러치를 써야 해 불편한 스틱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줄면서, 자동차 업체들도 생산을 줄였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국내 생산 승용차 중 95% 이상이 ‘오토(자동 변속기)’다. 승합차, 트럭은 물론 버스까지 점차 ‘오토’로 바뀌는 추세다. 직장인 강정현(28)씨는 “혹시 몰라 1종 보통을 땄는데 이후 6년째 스틱 차를 운전한 일이 없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운전전문학원 관계자는 “운전병으로 입대하려는 남성이나, 수동 기어 달린 학원 차량을 운전하려는 사람 정도만 1종 보통을 택한다”고 했다. 또 집에 승용차 한 대 정도는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굳이 60만원쯤 하는 학원비 내고 1종을 배우느니 가족에게 무료로 배울 수 있는 2종을 택한다는 이들도 많다.

구조상 ‘스틱’이 필요 없는 전기차가 점차 대세가 되면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985년 삼륜 자동차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폐지된 1종 소형 면허처럼 1종 보통도 장기적으로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