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박람회' 모습.

“정부의 외교와 오랫동안 해외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쌓은 막강한 기업의 국제 네트워크를 더해 ‘2030 부산 세계박람회' 를 유치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지난 11일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위원장에 김영주(71) 전 한국무역협회장이 추대되면서 이 박람회 유치 활동이 사실상 막을 올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유명희 정부 유치기획단장 등과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오는 23일 국제박람회기구(BIE)에 공식 유치 신청서를 낸다.

이어 정부와 부산시는 오는 7월까지 정계·재계·언론·문화 등 각 분야 대표 100여명으로 된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부유치지원위원회·국회유치지원특별위원회도 출범해 세계박람회 유치에 가속을 붙일 예정이다.

이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는 김 위원장에 5대 그룹 총수들이 공동 부위원장을 맡는 정부·재계 협치형으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김 위원장 내정자는 산업자원부 장관,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내는 등 정부와 재계를 두루 잘 알고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의 정식 취임은 7월 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이뤄진다.

부산시 측은 “대규모 국가 메가 이벤트를 기업 총수 1인이 맡아 추진하는 종전 관례를 깨고, 정부와 부산시, 재계가 공동 참여해 책임과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협치형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협치’라고 하지만 강력한 국제 인맥 네트워크 등을 강점으로 종전 유명 대기업 총수의 민간 위원장 체제보다 집중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결국 서로 삐걱대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협치형 유치 활동'은 정부 측이 유치 외교와 재계 유치활동 지원 등으로 적극 나서고 5대 그룹 등 재계가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치 활동을 펼치는 식으로 전개된다. 재계의 5대 그룹은 이를 위해 임원들과 홍보전문가, 유치활동 경험자들을 유치위 실무협의회에 파견하기로 했다.

부산시 박근록 2030엑스포추진단장은 “5대 그룹의 유치위 실무협의회 참여는 실질적으로 유치 경쟁력을 강화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며 “공식 유치 신청서를 내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이 사실상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재계간담회 참석자들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번에 부산 개최를 위해 뛰어든 ‘세계박람회(월드 엑스포, World Expo)’는 월드컵·올림픽(하계)과 함께 지구촌 3대 메가 이벤트로 꼽힌다. 세계사 교과서 등에 나오는 ‘파리 만국박람회', ‘런던 세계박람회' 등의 그 박람회다. 1851년 1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던 당시 최고 선진국인 영국의 런던에서 처음 열린 뒤 지금까지 170년간 모두 34번 의 박람회가 열렸다.

35번째인 2020년 두바이 박람회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1년 가량 연기돼 올해 10월 열린다. 2025년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 예정이다. 대략 5년마다 한 번씩 열린 꼴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12년 간격으로 불규칙하게 열렸고 2000년 이후 5년 간격을 지키며 개최되고 있다. 종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여수엑스포(2012년)’, ‘대전엑스포(1993년)’ 등은 이 ‘월드 엑스포' 사이 사이에 개최되는 ‘전문 엑스포(Specialized Expo)’다.

‘세계박람회’는 화합과 평화, 즐거움을 위한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 등과 달리 과학·기술·산업을 통해 인류가 이룩한 당대의 업적과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는 ‘문명의 제전’이라 할 수 있다. 첫 행사였던 런던박람회에선 증기기관차·기선 엔진 등 1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인류 사회에 선보였다.

이후 전화기(1876년), 전구와 축음기(1878년), 자동차(1885년), 비행기(1904년), TV(1939년) 등 현대 문명의 흐름을 바꿔놓은 수많은 발명품·제품들이 이 박람회를 통해 인류 사회 안으로 퍼져나갔다. 과학과 기술이 산업을 이루고, 산업이 새 문명을 만들어 인류의 일상을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한국은 고종 때인 1893년 시카고 박람회에 국악·자수병풍·관복 등을 들고 처음으로 공식 참가했다. 128년 전 세계박람회의 한 구석에 초라하게 자리했던 한국이 이런 ‘세계박람회'의 개최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가 유치된다면 200개국 5050만명의 방문객이 한국을 찾고 4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부산시 측은 추산하고 있다. 엄청난 경제적 효과다.

국제박람회기구(BIE) 공식 홈페이지 중 '세계박람회(World Expos)' 안내./BIE 홈페이지 캡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오성근 집행위원장은 “인류에게 미래 문명을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세계박람회가 한국, 부산에 선물할 과실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며 “‘국력'은 물론 ‘국격’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엔 러시아가 얼마 전 BIE에 모스크바를 개최지로 해 유치 신청서를 내고 뛰어 들었다. 다른 나라들도 유치전에 경쟁자로 나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쟁쟁한 나라들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외교 정보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2030년 개최지는 내년 6~11월 유치계획 발표, 2023년 2~4월 BIE 조사단의 유치 신청 개최지 실사 등을 거쳐 2023년 11월쯤 열릴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계획이다. 시 측은 “코로나 탓에 2023년 봄 총회로 앞당겨 개최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치 활동은 향후 2년 남짓 동안 펼쳐질 전망이다.

정부와 부산시는 그동안 유치위원회를 중심으로 BIE 회원국에 사절단을 보내고 박람회 최종 유치계획 발표를 준비하는 등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 지원위원회와 국회 특별위원회도 조속히 구성하고, 유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범국민적 힘과 열정을 합쳐 반드시 2030 월드엑스포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