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버스 참사 이튿날인 10일 오후 6시. 광주 동구청 정문 왼편 광장에는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이날 광주 하늘에선 비가 무겁게 내리고 있었다.

광주광역시 버스 참사 이튿날인 10일 오후 6시 광주 동구청 정문 왼편 광장에는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김민기 기자

광주 동구청은 이날 오후 6시쯤 폭 5m, 높이 2.5m 크기의 천막 3개를 이어붙여 합동분향소 설치를 완료했다. 분향소 상단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짜리 상가 건물이 무너지면서 54번 버스를 덮쳤고,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이 중 사망자 9명을 기리는 시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것이다.

분향소 중앙에는 사망자들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정 사진이 놓였다. 학교 후배들과 동아리 활동을 가기 위해 54번 버스를 탔던 김모(17)군은 영정 사진 속에서 살구색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고모(70)씨는 손으로 브이(V) 표시를 하고 있는 단체 사진 속 모습이었다. 임모(63)씨는 사진에서 푸른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있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영정 사진을 미처 준비 못한 듯 증명 사진으로 대체됐거나, 평소 사진에서 가져온 것처럼 보였다.

구청 관계자는 “유족 측의 동의를 받아 이날 오후 6시 합동분향소 설치를 완료했고, 시민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분향 종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동구청은 이날부터 유족과 부상자 각각을 전담 지원하고 장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했다.

분향소를 찾은 양모(17)군은 “또래 친구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영혼이라도 위로해 주고 싶었다”며 “40분 동안 버스를 타고 빗속을 뚫고 왔는데 막상 영정사진을 보니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 주민센터 공무원도 한달음에 찾아 왔다. 자신을 30대 공무원으로 소개한 그는 “소속 지역에서 일어난 참사라 공무원으로서 분향소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