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자에 대해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대면 면회가 허용된 1일 오후 대전 유성구 브레인재활요양병원에서 입원환자의 딸이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현종 기자

방역 당국이 ‘백신 접종 인센티브’ 일환으로 요양병원 대면(對面)·접촉 면회를 1일부터 허용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병원들이 제각각의 지침을 내세워 면회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병원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처지다. 일각에선 “방역을 빌미로 가족들을 생이별시키는 인권침해”란 불만도 터져 나온다.

본지가 서울·경기 지역 요양병원 30곳에 전화해 확인한 결과, 4일 현재 정부 지침에 따라 대면 접촉 면회를 허용하는 병원은 6곳뿐이었다. 나머지 24곳은 현재 면회 계획이 없다거나, 별도의 지침을 내걸어 면회를 제한하고 있었다.

방역 당국 지침은 ‘요양병원 입원 환자나 면회객 중 어느 한쪽이라도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하고, 항체 형성 기간인 2주가 지나면 대면 접촉 면회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서로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을 한 다음 팔이나 다리를 주물러주는 식의 면회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기준은 제각각이다. 서울의 S요양병원은 양쪽 중 ‘보호자’가 백신을 맞으면 허락하지만, ‘환자’가 맞은 경우엔 불허(不許)한다. 반대로 경기도의 I요양병원은 ‘보호자’만 맞은 경우 면회를 금지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은 “입원 환자와 보호자가 둘 다 백신을 맞아야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정부의 ‘대면·접촉 면회 허용’이 단순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성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 ‘코로나 집단감염’ 여파를 지켜봤던 요양병원 입장에선 최대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특히 백신 1차 접종률이 75% 미만인 병원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방역 당국은 접종률이 75%가 안 되는 경우, 면회객이 추가로 유전자증폭 (PCR) 검사를 받아 ‘음성’이 나오면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병원 자체적으로 막아버리는 것이다.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高齡)의 환자가 백신 맞는 것을 꺼리는 보호자들도 있어서, 병원 입장에서도 접종률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별도의 면회 시설을 마련하는 시간·비용 등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방역 당국은 ‘1인실’ 혹은 ‘독립된 별도 공간’에서 대면·접촉 면회를 하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파주시의 W요양병원은 “지금까진 환자들이 없는 층에 칸막이를 설치해 면회실로 썼는데, 정부 지침은 독립 공간에서 하라는 것이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M요양병원 역시 “면회실 마련 문제 때문에 7월에도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다른 병원들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경기도 김포시의 D요양병원은 “6인실은 제외하고, 1인실 환자만 대면 면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면회 방침도 각양각색이다. 경기도 김포시의 S요양병원은 “접촉 없이 2m 거리를 둔 채 대면 면회를 해달라고 보호자에게 요청한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요양병원은 “환자와 대면은 가능하나 손을 만지고 다리를 주무르는 접촉은 안 된다”고 했다.

방역 당국이 대면 면회를 전면 금지한 것은 작년 3월. 1년3개월째 부모와 생이별한 면회객들은 애가 탄다. 요양병원의 ‘면회 제한’ 때문에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할머니(87) 임종을 못 했다는 손녀 김모(29)씨는 “할머니 손에서 자라 각별한 사이인데, 1년간 손 한번 잡아드리지 못하고 보내드린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부산광역시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 80대 노모를 모신 박모(60)씨도 “대면 면회가 가능하다는데 병원에선 따로 연락도 없고, 너무 단호한 방역 지침 때문에 화가 난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신 아들 A씨가 ‘대면 면회를 금지한 정부 지침이 환자와 보호자의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내기도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정부의 세세한 지침이 없다보니, 집단 감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병원 입장에선 바로 대면 면회를 시행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면회장소 마련 등 병원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과, ‘방역 지침을 누가 안 지켰느냐’에 따라 개인과 병원의 책임을 나누는 등 세세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