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숙소. /조선DB

지난 11일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원룸에 “자가격리가 가능하냐”고 문의했다. 1시간쯤 지나 원룸 주인으로부터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인은 “별도 서류를 작성할 필요 없고, 외국인들도 자가격리용으로 많이 찾는다”고 했다. 같은날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서울 동대문구의 오피스텔, 원룸 중 ‘자가격리 가능’이라고 표시된 곳만 10여곳이 검색됐다.

실제로 해외로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이나 귀국한 유학생 등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하고 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자가격리 숙소를 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에어비앤비 숙소들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되기 때문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도심이나 주택가에 있는 시설을 숙박용으로 내놓는 행위는 금지돼있다. 주인이 도시민박업 등록을 마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오피스텔·원룸에서 투숙객을 받을 수 있는데, 거래 대상은 외국인으로 한정된다. 만일 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숙소에서 내국인을 받았다가 적발될 경우 1개월 이상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불법인 에어비앤비를 통한 자가격리가 만연한 이유는 오락가락하는 정부 지침과 부실한 관리 탓이다. 지난해 4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혼자 머무를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자가격리 가능 숙소 조건으로 제시하며 ‘에어비앤비’를 포함시켰다. 실제로 중대본이 발표한 ‘지자체 전담 공무원을 위한 자가격리 모니터링 요령’ 제5판까지는 자가격리 가능 숙소 목록에 에어비앤비가 명시돼있다. 이 때문에 내국인도 자가격리 용도로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중대본이 해당 요령을 제6판으로 개정하며 에어비앤비를 자가격리 가능 숙소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최서아 서울시 관광사업과 주무관은 “원래 요령은 장기간 체류할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해도 된다는 의미였다”며 “현장 공무원들까지 에어비앤비를 통한 자가격리가 내국인에게도 허용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만큼 혼란이 심해 요령을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방역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들이 임시 격리시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에 가능하다고 알고 있던 것을 지침만 바꿔 막으려다보니, 현장에선 여전히 에어비앤비를 통해 자가격리를 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해외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김모(53)씨는 에어비앤비에서 구한 동대문구에 있는 투룸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김씨는 “혹시나 싶어 구청에 문의했는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자가격리 숙소를 구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었다”고 했다. 지난 3일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아버지를 위해 에어비앤비로 마포구에 있는 방을 구했다는 A씨 역시 “주인에게 자가격리가 가능한 곳인지 확인받고 방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왜 자가격리 장소로 에어비앤비 숙소를 선호할까. 에어비앤비로 자가격리 숙소를 택한 이들은 정부에서 지정한 자가격리용 시설보다 에어비앤비 숙소가 가성비가 좋다고 입을 모은다. 에어비앤비에서 자가격리를 한 B씨는 “정부 지정 시설은 식대 포함 14박 15일 기준 150만~160만원인데,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소는 대부분 100만~120만원이면 된다”며 “에어비앤비 숙소들은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어 원하는 요리를 해먹을 수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 후 에어비앤비에서 자가격리를 한 김씨는 “같이 출장을 다녀온 직원들이 정부 지정 시설은 답답한 면이 많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현장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단속마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숙소가 많은 마포구·서대문구·중구·종로구·용산구 등에서만 구청과 관광경찰대가 함께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 외 구들은 별도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2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정기 현장 단속 정도만 있을 뿐이다.

단속에 빈틈이 생기면서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숙소 주인들은 ‘자가격리 가능한 숙소’라고 공공연히 홍보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에선 ‘가짜 임대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있다. 서울 곳곳에서 에어비앤비 숙소 10여곳을 운영하는 C씨는 자가격리 기간인 2주간 100만원에 숙소를 제공하면서, 서류상으로 두 달짜리 단기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계좌로 보증금을 받은 후, 손님이 입실하면 현금으로 인출해 다시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C씨는 “원래 가능하다기에 자가격리용으로 숙소를 내놨는데, 갑자기 금지시킨다고 장사를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한 자가격리가 ‘관리 구멍’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격리의 핵심은 모니터링, 즉 자가격리자의 동선과 접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할 경우 격리자의 자율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므로 모니터링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