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000만개, 연간 73억개. 국내에서 버리는 ‘일회용 마스크’ 수다. 본지가 지난 20일부터 이틀 동안 그 마스크 처리 과정을 추적했더니 아무런 재활용 없이 전량(全量) 매립·소각되고 있었다. 마스크 대부분이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정부도 ‘분리 배출 하지 말고 종량제 쓰레기 봉지에 담아 폐기하라’고만 할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분리 배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쓰레기봉투에 담겨 쏟아지는 마스크 - 지난 21일 서울 노원구 노원자원회수시설에서 천장에 달린 대형 크레인이 마스크 등 쓰레기가 고르게 탈 수 있도록 혼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마스크의 주요 재질은 폴리프로필렌인데, 1t을 소각하면 그 3배가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오염 원인이 되고 있다. /김지호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국민은 마스크를 평균 2.3일당 1개 쓰고 버린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마스크 쓰레기를 한 달 평균 52개 쏟아낸다. 매일 폐마스크가 2000만개 나오는 셈이다. 본지가 종량제 봉지에 담겨져 나온 폐마스크 처리 과정을 따라가 봤더니 30%인 600만개가량은 그대로 땅에 파묻고, 나머지 70%는 소각하고 있었다. 환경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종량제 봉지로 나오는 생활 쓰레기 처리 방식과 똑같이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필터를 여러 겹 더한 마스크의 주요 재질이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이란 점이다. 소재 특성상 땅에서도 잘 썩지 않는다. 김주식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마스크의 주 재료인 폴리프로필렌이 땅속 미생물을 통해 완전히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0년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매립한 우유 팩(5년), 나무젓가락(20년)은 물론 금속 캔(100년)이 썩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 그만큼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소각도 마찬가지다. 폴리프로필렌 1t(톤)을 소각할 경우, 그 3배가 넘는 3.07t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활동가는 “마스크를 매일 써야 하는 상황에서 배출 온실가스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78억 인구가 배출하는 폐마스크가 매일 매립·소각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환경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각에선 마스크 분리 배출을 통한 재활용, 다회용 마스크 착용과 같은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에 따라 아직 효과적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사망자 수’ ‘백신 접종자 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이 환경 파괴에 관한 논의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것이다.

마스크 안쓸 수도 없는데… 소각땐 페트병보다 온실가스 36% 더 배출

지난 20일 오후 9시, 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택 앞. 주민들이 내놓은 10~50리터(L)짜리 종량제 봉투 5개가 쌓여 있었다. 비닐 안으로 마스크 쓰레기 여러 개가 보였다. 50L짜리 봉투 하나를 뜯어 보니 김칫국 등 오물이 묻은 마스크 42개가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 이후, 전국에서 쏟아지는 거의 모든 쓰레기 봉투엔 마스크가 들어있다. 국내에서 매일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는 2000만개. 마스크 무게가 평균 4g 남짓임을 고려하면 매일 쏟아지는 마스크 쓰레기는 80t(톤) 수준이다. 우리가 매일 쓰고 버리는 마스크는 어떤 처리 과정을 거치고,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할까. 마스크 쓰레기 처리 과정을 이틀간 추적했다.

20일 밤 11시. 환경미화원들은 서울 중구 다세대 주택 앞에 있던 종량제 봉투를 쓰레기 차량 수거함 안으로 던졌다. 주택가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인근 ‘자원재활용처리장’에서 분류·압축 과정을 거쳐 이튿날 새벽 각각 매립지, 소각장으로 향했다. 한 처리장 담당자는 “쓰레기에 마스크가 많이 섞여 있어 우리도 겁난다”며 “직원들도 코로나 감염 걱정을 하며 조심한다”고 했다. 21일 오전 6시, 자원재활용처리장을 거친 쓰레기를 실은 차량이 속속 인천 매립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립하면 안 되는 쓰레기를 골라내는 검수(檢收) 과정을 거친 뒤 마스크들은 바로 땅에 파묻혔다. 매립지 관계자는 “오후 4시 당일 쓰레기 반입을 마치면, 20㎝ 두께로 흙을 덮는 봉토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 자체로 ‘플라스틱 덩어리’인 일회용 마스크 매립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마스크 필터 부분은 폴리프로필렌(PP), 귀걸이 부분은 폴리우레탄이다. 콧등 부분의 ‘철심’만 예외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주 성분인 폴리프로필렌은 썩는 데 450년, 귀걸이 부분의 폴리우레탄은 300년 이상, 철심도 10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 소장은 “사실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한 지 100년 남짓 됐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썩는 데 정확히 몇년 걸릴 것이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폴리프로필렌을 매립하면 수백년 걸릴 것이란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매립되지 않은 나머지 마스크 쓰레기 70%는 소각된다. 21일 오전 10시, 5t짜리 쓰레기 차량이 서울 노원구의 노원자원회수시설로 들어왔다. 주민감시원들이 검수 차원에서 개봉한 20개의 봉투에서 모두 마스크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노원자원회수시설에 따르면, 마스크를 포함한 섬유류 폐기물의 비율은 2019년 11.2%에서 지난해 14.9%로 늘었다. 마스크를 비롯한 쓰레기들은 섭씨 800도 이상 고온 소각로로 이동해 1시간 30분 동안 불태워진다.

소각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온실가스다. 폴리프로필렌 1t을 소각할 경우, 그 3배가 넘는 3.07t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다른 플라스틱 재질인 PVC(폴리염화비닐·1.38t), PET(페트·2.25t)를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보다 양이 많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페트병을 태울 때보다 36% 많은 온실가스가 나온다. 마스크를 태우는 과정에서 필터 부분인 폴리프로필렌에선 이산화탄소가, 귀걸이에 해당하는 폴리우레탄에선 질소화합물이 배출된다.

다이옥신 배출 가능성도 있다. 다이옥신은 1992년 WHO(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한 유해 물질로, 체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과 피부 질환 등을 유발한다. 김주식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폴리프로필렌은 그 자체로는 다이옥신을 배출하지 않지만, 생산 과정에서 염소가 포함된 첨가물을 넣는다면 유해한 다이옥신이 나온다”며 “업체들이 넣는 첨가물은 생산 기밀에 해당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태양광과 각종 세균에 노출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첨가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활동가는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다이옥신은 정화 처리하면 대량 배출되지는 않지만, 플라스틱을 태울 때 무조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문제”라며 “온실가스 누적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