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부부 사이가 나빠도 갈라서지 않는 이유로 “애 때문에 참고 산다”는 말을 많이 한다.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가 자녀에게 악영향을 끼칠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통념과 반대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3일 ‘양(兩) 부모 가족에서 한 부모 가족으로의 가족 유형 변화와 아동의 발달’이란 보고서에서 “홀어머니나 홀아버지 등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집중력이 양 부모 밑에서 큰 아이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10년에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2378명을 대상으로 2016년까지 7년간 매년 학업 성취도, 부모의 동거 여부, 정서적 상태 등을 추적 조사한 ‘한국아동청소년패널’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한국아동청소년패널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0년부터 실시해온 조사로, 아동‧청소년, 사회복지 연구자들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통계 자료다.

김 위원이 2010년에는 양 부모의 자녀였다가 이후 한 부모 자녀로 바뀐 경우와 조사 기간 내내 양 부모 자녀인 경우 등 두 집단을 비교한 결과, 한 부모 가족 자녀의 주의집중도가 양 부모 자녀보다 14.4% 높았다. 주의집중도는 ‘문제를 풀 때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는 편이다’ ‘오랫동안 집중해야 하는 과제는 하고 싶지 않다’ 같은 설문에 대한 응답을 지수로 만든 것이다. 또 건강이나 정서 등 다른 측면에서도 두 집단 간에 뚜렷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모 자녀의 집중력이 높은 까닭에 대해 김 위원은 “싸우는 부모보다 부부 갈등이 없어진 홀어머니나 홀아버지가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라며 “부모가 심각하고 반복적인 갈등을 겪더라도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좋다는 통념과 다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한 부모 자녀의 학업 시간 관리 능력은 양 부모 자녀보다 8.5%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공부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계획대로 공부하는 습관이 덜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학습 계획을 세우는 일을 옆에서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학교 교사가 이들의 학습 계획 수립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학교는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자녀를 둔 전체 가구 가운데 한 부모 가구 비율은 19.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