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3일 연일 페미니즘 논쟁을 벌이고 있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을 향해 “이준석을 비롯해 국민의힘 내의 안티페미니즘 정서에 대해서 한번 정리가 필요할 듯”이라며 “그래, 한번 붙자. 화끈하게”라고 했다.

이준석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부터). /페이스북·연합뉴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밝히면서 “그런 (반페미니즘) 스탠스로는 망하기 딱 좋다. 굳이 망하겠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이라고 적었다.

이 게시글에 이 전 최고위원이 직접 반박하는 댓글을 달고 진 전 교수가 다시 반박하는 등 입씨름이 이어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처음엔 “안티페미니즘 아니라니까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진 전 교수와 페미니즘을 주제로 토론해보라는 네티즌 제안에는 “저희는 돈 받고 (토론을) 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이준석씨, 혹시 마이클 샌델들은 읽어 보셨나. 이분 하버드에서 강의한다던데”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과 학사 출신이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은 같은 학교 정치학과 교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제가 다닐 때 오히려 우리 학년은 (샌델 교수 수업이) 약 파는 수업이라고 (해서 수업을) 많이 안 들었다”며 “오히려 뚜웨이밍 교수의 신유교윤리 수업을 추천한다”며 그의 강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링크를 올렸다.

진 전 교수는 “아, tu weiming(뚜웨이밍)이 누군지는 모르겠고. 샌들은 존 롤즈 씹은 논문으로 좀 알려져 있는데”라며 “아무튼 개나 소나 다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나 읽어 보셔. 거기 35% 할당제에 관한 찬반양론이 정리돼 있으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초(男超) 사이트에서나 통할 얘기 갖고 덤비면 곤란해요”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읽어볼게요”라면서도 “그런데 저희 학교에서는 이미 약 장수 수업으로 결론 났는데 왜 샌델에 의지하는지”라고 재차 반박했고, 진 전 교수는 “내가 철학 전공인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네. 물론 내 공부가 부족한 탓이겠지”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기에 “그렇죠. 신유교윤리는 상당히 유명한 영역인데”라고 대꾸했다. 진 전 교수는 “정작 전공자인 나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 암튼 좋은 학자 소개시켜 줘서 고마워요”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진 전 교수는 다시 “2030의 안티페미니즘에 반대하나? 아니면 그들도 준석씨 기준으로는 안티페미니스트가 아닌 건가”라고 하자 이 전 최고위원은 “이준석은 안티페미를 자처한 적이 없는데 섀도 복싱(Shadow boxing)하면 안 돼요”라고 했다. 이후 두 사람 간 대화는 끊겼다.

두 사람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20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을 주제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이 전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하자, 진 전 교수는 이 게시물에 댓글로 “아주 질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11일엔 “‘페미니스트 선언' 한 사람들이 그 선언만으로 ‘한남(한국 남자의 줄임말)’보다 도덕적으로 더 존경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문”이라며 “원래 내용적으로 아무것도 없으면 용어 하나에 소속감을 얻고 자신이 그 용어만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한다. ‘깨어있는 시민’ 같은 거만 봐도 자명하지 않나”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글에도 댓글을 달며 “적을 만들지 말고 친구를 만들어야지. 자꾸 증오나 반감을 이용하는 포퓰리즘만 하려 하니. 다 적으로 돌려서 어쩌려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