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맛집 소개해주고,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 친구로 지낼 분 찾아요.”

작년 말 회사 근처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한 직장인 박성민(29)씨가 지난달 지역 커뮤니티 앱 ‘당근마켓’에 올린 글이다. 글을 올린 당일과 이튿날 남성 1명, 여성 1명에게서 나란히 연락이 왔다. 박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둘이나 셋이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거나 산책을 한다”며 “퇴근하면 항상 혼자라 외로웠는데 친구가 생긴 기분”이라고 했다.

핫코너 삽입 일러스트

“OO 같이하실 분 찾아요.” 최근 온라인에 일상을 공유할 사람을 찾는 글들이 부쩍 늘고 있다. 전체 세대의 40%를 차지하는 ‘1인 세대’의 급격한 증가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사적 교류가 크게 줄어들면서 나타난 청년들의 자화상이란 분석이다.

이런 움직임이 커지자 1400만 이용자를 보유한 국내 1위 지역 기반 앱 ‘당근마켓’은 지난달 ‘같이해요’라는 기능을 신설했다.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동(洞)으로 지역을 설정하자 최근 일주일 새 ‘OO를 같이하자’고 올라온 글 120여건이 나타났다. ‘함께 게임 방송 보실 분’ ‘같이 세차하실 분’부터 ‘놀이터에서 자녀와 함께 놀아줄 분’ 등 각양각색이다.

지난 6일 ‘카페에서 같이 수다 떨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린 직장인 김모(26)씨는 “혼자 살면서 집과 직장만 오가다 보니, 문득 내가 업무가 아닌 목적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더라”며 “퇴근 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끼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모여 ‘일상을 공유할 사람’을 찾기도 한다. 이 방은 지인끼리 대화하는 일반 카카오톡과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는 익명의 단체 대화방이다. 서울 마포 지역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운영하는 임모(34)씨는 “동네 주민들끼리 자유롭게 얘기하다 함께 영화를 보거나 식사할 사람을 즉석에서 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타지(他地)에서 와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지역 오픈채팅방 3개에 참여하고 있다는 대학교 2학년생 이모(20)씨는 “입학 때부터 코로나 때문에 학교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고, 온라인 수업만 하다 보니 혼자 자취방에 있는 시간이 많다”며 “오픈채팅에서 만난 사람들과 만나 술 한잔 하다 보면 성인이 돼서 대학 온 기분이 난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세대의 대부분은 20~30대 젊은이들”이라며 “디지털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 현실 친구를 온라인상에서 구하는 것에 거부감이 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