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5)이 최근 중국 귀화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10년 전인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36·한국명 안현수)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였다. 임효준은 평창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효준은 이듬해 3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8~2019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에서 1000m, 1500m, 3000m 수퍼파이널, 5000m계주 등 4관왕에 오르며 종합 챔피언이 됐다.

빅토르 안도 한국 대표팀으로 뛰던 2004년 세계선수권에서 4관왕에 오르는 등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선수권 5연패(連覇)를 거뒀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나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10년 만에 반복된 쇼트트랙 에이스의 귀화 결정, 무엇이 다를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을 따낸 임효준이 2018년 2월 시상식에서 메달을 깨물고 있다. /연합뉴스
빅토르 안(안현수)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남자 쇼트트랙 500m에서 우승한 후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모습. /스포츠조선

◇'징계' 임효준, ‘부상·팀 해체’ 빅토르 안

임효준과 빅토르 안이 각각 중국, 러시아 귀화를 결정한 상황은 다르다.

빅토르 안은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무릎 부상에 계속 시달렸다. 소속팀이 재정 문제로 해체되는 시련까지 겪었다. 슬럼프에 빠졌던 빅토르 안은 2010년 캐나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은 재기에 성공했고,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3관왕에 올랐다. 그가 두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6개는 역대 쇼트트랙 개인 최다 금메달이다. 빅토르 안은 2018평창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러시아 대표팀을 휩쓴 도핑 문제 때문에 평창에 오지 못했고 작년 4월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임효준은 2019년 6월 진천선수촌에서 실내 암벽 훈련을 하다가 후배 바지를 내렸고, 그해 8월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동료를 성희롱해 품위를 훼손했다며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임효준은 대한체육회에 재심의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효준은 이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던 중 중국으로 귀화했다.

◇연금 못 받고 떠나는 임효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매달 경기력향상연구연금을 100만원씩 받는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 귀화에 앞서 관련 규정에 따라 일시불 4800만원(월정액의 48배)을 받아 갔다. 경기력향상연구연금을 한 번에 받아가면 매달 지급되는 연금을 더는 받을 수 없다.

반면, 임효준은 2019년 8월 빙상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으면서 매달 100만원씩 받던 연금 지급도 중단됐다. 공단에 따르면 자격정지 징계 기간의 두 배에 달하는 기간 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임효준의 경우 2년간 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것이다.

임효준은 2019년 11월 빙상연맹을 상대로 법원에 징계 무효 소송을 냈고, 법원은 그해 12월 “1심 판결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법원 결정으로 징계가 중지돼도 연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임효준은 연금 일시불 수령을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며, 나중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더라도 기존에 쌓았던 연금 포인트는 없어진다. 만약 임효준이 징계 무효 소송을 내지 않고 중국 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올해 8월부터 다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빅토르 안 ‘3년 대기 규정’ 적용 제외

임효준의 귀화를 놓고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에 국가대표로 나간 선수가 다른 국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이전 국적으로 나갔던 마지막 대회 이후 최소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41조2항)도 논란이다. 임효준이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대회는 2019년 3월10일에 끝난 불가리아 세계선수권대회다. 올림픽 헌장대로라면 2022년 3월11일부터 중국 대표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데, 베이징동계올림픽은 2022년 2월에 열린다. 다만, 한국과 중국 올림픽위원회, 국제빙상연맹(ISU)이 합의하고 IOC집행위원회가 정상을 참작해 승인할 경우 IOC 올림픽 헌장상 제한 기간(3년)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빅토르 안은 10년 전 러시아 귀화 당시 이 규정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2007년 12월 이후 한국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지 않았고,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할 당시 ‘3년 대기 규정’을 다 채운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