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발자 초봉 5000만원을 선언하며 게임 업계에 연봉 인상 바람을 일으킨 넥슨이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개발자들은 각 사의 기술직 초봉을 비교한 ‘연봉 비교표’를 만드는 등 넥슨 발(發) ‘연봉 대란’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인력 이동의 귀추가 주목된다.

넥슨 본사

넥슨은 12일 자사의 신규개발본부에서 대규모 특별 수시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래밍부터 게임 기획 등 여러 직군에서 세자릿수 규모 인력을 뽑는다. 올 상반기 중에는 신입⋅경력 공채도 예고한 상태다.

넥슨은 지난 2월 개발 직군 신입 사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책정하고,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올리며 게임 업계 연봉 인상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넷마블·컴투스·게임빌 등 경쟁사들이 일제히 연봉을 인상했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25일 개발 직군 연봉을 2000만원 올려 신입 초봉 6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 대졸 사무직 평균 초봉인 3347만원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 업계 3위 엔씨소프트도 지난 11일 개발 직군 초봉을 1300만원 올려 5500만원에 책정하고, 전 직원에게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업계에서 시작된 연봉 인상 열풍에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몸 값 비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IT 직군 이용자들이 71개 기업의 연봉과 인센티브를 공유해 표로 만들었다. 이들이 정리한 ’2021 IT 테크업계 테크 직군 초봉' 비교표에는 넥슨, 넷마블, 구글 등 게임·IT 업계뿐 아니라 쿠팡, 카카오, 삼성전자 등의 개발 직군 연봉 등이 비교돼있다.

업계에서는 상위 개발자를 유치하고 경쟁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연봉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AI 등 기존 코딩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는데 수학·통계학 지식까지 겸비한 고급 개발자는 드물어 몸값이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런 연봉 인상 움직임에 박탈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A(33)씨는 “초봉 4000으로 시작해 4년 동안 5000까지 올렸는데 대기업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 행렬을 보니 열심히 살아온 나날들이 없어진 것 같아 씁쓸하다”며 허탈감을 호소했다. 개발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소기업에서는 연봉 3000주는 곳도 많지 않다”거나 “상위 1% 대기업 연봉 기준은 일반 회사들과는 다른 세상의 얘기”라며 “단순히 인력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런 기업에는 지원해도 서류 컷 당하는 게 현실”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