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직장인 노모(24)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I성형외과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첫 출근까지 2개월 정도 시간이 있어서 쌍꺼풀 수술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로비에서 상담 대기 중인 사람이 20명이 넘었다. 결국 노씨는 3시간을 기다리고서야 상담했다. 예약된 사람이 많아서 이달 중 수술이 가능한 날짜는 5, 16, 17일 사흘뿐이라고 했다. 노씨는 “겨울이 성형 성수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좀 덜할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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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재택근무자와 ‘집콕족(族)’이 늘면서 성형외과와 치과가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성형 의료관광 중국인들이 사라졌지만 성형외과는 오히려 더 붐비는 상황이다. 회복 기간 출퇴근 등을 고민하던 국내 고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네이버 성형 커뮤니티에도 “날도 춥고 집콕하니 성형하려 한다” “재택근무라 회복이 걸리는 얼굴 지방 흡입 알아보는 중” 등 성형수술 상담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러다 보니 보통 수능 직후나 명절 연휴에 몰렸던 성형 성수기마저 경계가 허물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10월 눈 성형을 한 취업준비생 유모(24)씨는 성형 비성수기임에도 예약부터 수술까지 열흘을 기다려야 했다. 유씨가 찾은 서울 강남구의 유명 성형외과 두 곳에서는 평일 오후 2시에도 10여 명이 상담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유씨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을 잘 안 만나는 틈을 타 성형하려는 사람들이 나뿐이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화되며 치과 시술을 받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9월부터 교정을 시작한 대학생 김모(21)씨는 “마스크를 쓰면 입 모양이 안 보이니 교정한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성형외과 매출도 늘어났다. 지난달 16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Ⅱ’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성형외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증가했다. 중국인들을 주 고객으로 삼던 성형 의료관광이 사라졌음에도 매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정상적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황에 대한 보상 심리가 더해져 나타난 소비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 활동이 줄어 성형이나 수술을 하기 적기라는 생각과 함께 박탈된 사회생활에 대한 보상 심리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