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최후의 수단마저 없애려는 것인가” “아직까지 처벌이 안되고 있었다는 게 말이 안된다”

몰카나 녹음기등을 이용한 “성관계 몰래 녹음하면 처벌” 에 관한 여당발 법안 발의에 남녀간 갈등양상을 보이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뉴시스

여당에서 발의한 ‘성관계 몰래 녹음 처벌법’에 대해 인터넷 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남성들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갖고도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다”고 우려하는 반면, 여성들은 “불법 영상 촬영과 다를 것 없는 녹음이 여태껏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는게 놀랍다”며 환영하고 있다.

23일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에 올라온 '성폭력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지난 1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성관계를 음성 녹음하는 행위도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법 체계에선 상대의 동의 없이 녹음을 했다가 유포 피해 등이 발생해도 성폭력범죄 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명예훼손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게 돼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녹음기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음성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녹음하거나 반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음성물을 배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성적 음성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자는 1년 이하의 유기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개정안이 나오자 여성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개정안에 게시된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엔 “성관계 흉내를 내는 소리를 녹음한 것이 하나의 포르노 장르로 자리잡았고, 유튜브에도 무분별하게 올라오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성관계를 녹음할 수 있게 내버려 두면 이로 인한 성범죄 피해자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여성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몰래 녹음하는게 지금까지 성범죄가 아니었다는 게 놀랍다”며 “지금이라도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법안”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남성들은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입법예고 게시판엔 “만약 누군가 성관계 후 악의를 가지고 일관된 진술로 성범죄를 당했다고 고소를 한다면 이를 막을 현실적인 방법이 있나”라며 “현실적 대안 없이 무고한 사람이 생길 수 있는 법안이 발의돼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댓글이 달렸다. 남성 회원이 많은 커뮤니티에선 “이 나라에선 남자라는 이유로 스스로 방어도 못하고 억울해도 죄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며 “법안이 통과돼도 강간범보단 불법녹취범 되는게 나으니 녹취는 하자” 등의 반응이 나왔다.

개정안에 대한 논쟁은 남녀 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성 커뮤니티에선 개정안에 반대하는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글 등을 공유하며 “한남(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말)들 인식 수준”이라며 비난하고 있으며, 남성 커뮤니티에선 “이 법 찬성하는 사람들은 다 꽃뱀(거짓으로 성범죄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 등의 비난이 나오고 있다.

여성 커뮤니티와 남성 커뮤니티에선 법률 개정안이 게시돼 있는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 링크를 공유하며 의견 등록을 독려하고 있기도 하다. 23일 오후 2시 30분 기준 2만1500개 이상의 의견이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