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배후 전주(錢主)인 김봉현(구속 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배 중이던 지난 3월 측근 A씨에게 “평소 얘기했던 여권 유력 인사들에 대한 로비 내용을 언론에 흘려라”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6월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김 전 회장이 A씨에게 밝힌 여권 인사에는 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부산 지역 친문(親文) 현역 의원이 포함돼 있었다. 거기에 기동민 민주당 의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 김갑수씨,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까지 6명이었다.

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와 친문 의원에 대한 수사는 김 전 회장의 비협조로 답보 상태라고 한다. 나머지 4명은 금품 제공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고 이상호씨는 이미 구속 기소돼 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김 전 회장이 A씨에게 밝혔다는 ‘리스트’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라며 “김 전 회장이 당사자들에게 ‘구명 메시지’를 발신한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김 전 회장은 향군상조회 인수 건을 두고 횡령 등 논란이 불거지자 이에 대한 관심을 돌려야 한다며 ‘언론에 흘려라’라는 지시를 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16일 공개된 김 전 회장의 ‘옥중 편지’ 내용과 배치된다. 편지에서 김 전 회장은 자신이 강기정 전 수석에게 로비를 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에 대해 “(지난 4월) 검거 당시 검찰 출신 변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니 강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야권 인사 수사에는 소극적이란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강세 전 광주 MBC 사장을 통해 강 전 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자신의 진술이 회유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미였지만, 체포되기도 전인 지난 3월 측근에게는 강 전 수석에게 로비했다고 자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내용을 아는 한 법조인은 “추 장관이 금융 사기범의 옥중 편지를 주요 근거로 윤 총장의 이 사건 지휘권을 박탈한 것은, 청와대 고위 인사와 친문 의원 등 다른 여권 인사에 대한 향후 수사를 의식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