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 서울남부지검의 라임펀드 사건의 지휘 라인이 수사 방향이 여권 인사로 향하지 않도록 직간접적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두 사건 수사팀 모두 옵티머스·라임 측이 청와대·여당 인사를 상대로 로비했다는 진술과 자료를 확보했지만 이를 뭉개거나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 옵티머스 대신 채널A 수사 시켜"

사모펀드인 옵티머스는 정부 산하기관, 공기업 및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이고 실제로는 대부업체와 부실기업에 투자했다. 그에 따른 피해자는 약 1100명, 피해 규모는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당초 대검은 이 사건을 금융범죄 전담청인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하려 했지만 이성윤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자청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를 전담하는 반부패수사2부가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성윤 지검장은 이 사건을 조사1부에 배당했다. 반부패부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맡는 부서인 반면, 조사부는 일반 고소 사건을 담당한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옵티머스 같은 대형 금융범죄 사건을 조사부에 맡긴다는 건 비정상적이다. ‘로비 의혹’ 수사는 안 하겠다는 뜻”이란 말이 나왔다.

그런데 이후 이 지검장은 반부패수사2부 소속 일부 검사를 ‘채널A 사건’에 투입했다. 이 수사는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사건’의 공범으로 처벌하는 게 목표였고 궁극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투입된 반부패2부 검사들은 ‘한동훈 기소’ 등 이 지검장이 주도한 수사 방향에 반발해 결국 원대 복귀했다. 법조인들은 “옵티머스 수사에 투입할 검사들을 윤 총장 측근 잡는 수사에 총동원한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그 와중에 조사부 수사팀은 수사 초기였던 지난 6월 옵티머스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하면서 청와대와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실명이 적힌 옵티머스 내부의 ‘대책 문건’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후 유사한 다른 문건과 ‘로비 의혹’과 관련된 진술도 다수 확보했지만 수사를 전면화하지 않았다. 검찰의 한 간부는 “민감한 내용의 로비 의혹 관련 진술은 조서에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안다. 추후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이 지검장은 최근까지도 그런 수사 상황을 윤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9일 “로비 의혹까지 포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며 “내외부에서 파견을 받아 수사팀을 보강하겠다”밝혔다.

◇ “'강기정 5000만원' 진술에도 소환 안 해”

라임 펀드 사건의 피해액은 더 천문학적이다. 라임의 부실기업 투자로 개인 투자자 4000여 명이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라임의 배후 ‘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8일 “작년 7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법정 증언을 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에게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돈다발이 든 쇼핑백을 건네는 CCTV 장면까지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호텔 만남 자체를 부인하다가 물증을 들이밀자 뒤늦게 시인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 진술에 더 신빙성을 둘 상황이었지만 수사팀은 강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남부지검 지휘 라인은 수사팀에 더 확실한 증거를 요구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금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남부지검 지휘부에서 ‘보안 유지를 못한 수사팀을 감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권을 의식했다”며 “수사팀도 수사를 제대로 못 하는 데 대한 불만이 컸다”고 했다. 지난 8월 인사에서는 옵티머스 수사를 했던 오현철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이 남부지검 2차장으로 승진해 라임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검사들 사이에선 “옵티머스 사건처럼 라임도 관리하겠다는 차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