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아들 서모(27)씨에 대해 “제대로 검사를 받았으면 적어도 현역은 안 갔을 것”이라며 “저에게 부담이 되기 싫어 무리해서 현역 입대한 것”이라고 했다. 무릎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상태에서 입대했다는 것이다.

영국 러프버러대학 한인 축구팀 선수들이 2016년 2월 경기장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뒷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서모씨다. 추 장관 등 여권은 당시 서씨 무릎 상태가 '현역병 입대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6일 본지 취재 결과, 서씨는 수술 후 입대 전까지 영국 대학에서 동호회 축구팀 선수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은 2015년 4월이었다. 진단명은 ‘슬개골 연골연화증’과 ‘추벽증후군’. 이후 서씨는 영국 잉글랜드 레스터셔 카운티에 있는 러프버러(Loughborough) 대학에서 유학하다가 2016년 11월 카투사(KATUSA)로 입대했다.

유학 시절 그는 대학 한인(韓人) 축구팀원으로 활동했다. 해당 축구팀의 소셜미디어 페이지에는 서씨가 2016년 2월 7일 팀원들과 함께 축구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사진에는 “오늘 (한인 축구) 대회 사진”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사진 속 서씨 유니폼 가슴팍은 경기를 막 마친 듯 흙으로 얼룩져 있었다.

당시 서씨와 같은 학교에 다녔던 유학생들에 따르면, 서씨는 축구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유학생 A씨는 “서씨는 팀 자체 연습은 물론 다른 팀과의 경기와 대회에 대부분 참석했다”고 했다. 유학생 B씨는 “축구 경기장에서 서씨가 뛰는 걸 직접 봤다”고 했다. 유학생 C씨는 “최근 유학생들끼리 서씨 논란을 보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들을 했지만, 최근 여당이 고발자를 향해 ‘수사 받아야 한다’고 위협하는 상황을 본 뒤, 모두 위축됐다”고 했다.

실제 서씨 정도 상태로 현역병을 면제받기는 어렵다. 병무청이 윤한홍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씨와 같은 진단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례는 최근 10년 이내에는 단 한 명도 없다. 규정상 해당 진단명으로는 현역병 대상인 ‘3급’과 공익근무요원에 해당하는 ‘4급’ 판정이 가능하다. 무릎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공익요원 판정은 달리기나 순간적인 동작에 문제가 있는 수준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병무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0~2019년)간 ‘연골연화증’으로는 241명, ‘추벽증후군’으로는 341명이 각각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징집·소집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받은 인원은 1311만명이었다.

본지는 반론 또는 해명을 듣기 위해 16일 서씨 측 변호인과 법무부 대변인 등에게 각각 10여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서씨가 화려한 스펙을 가진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올 2월 프로축구 구단 전북현대모터스의 사무국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뒷줄 맨 오른쪽이 서씨.

일요신문은 지난 15일 서씨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팀과 일한 경력이 있는 지원자 등을 누르고 전북현대 인턴에 최종 합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북현대 인턴 시험에서 최종 면접을 본 사람은 6명이고, 4명이 떨어졌다. 탈락자 4명 중 1명은 유럽 최고 스포츠경영학 전문 석사였고, EPL 명문팀과 일한 경력도 있었다고 한다. 다른 탈락자는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뒤 유럽에서 스포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에서 스포츠경영학 학사를 딴 뒤 외국 축구협회에서 근무했던 지원자도 탈락했다고 한다. 서씨와 함께 전북현대 인턴에 최종 합격한 사람은 미국 대학 졸업, 미국 유명 스포츠 데이터 업체와 국내 한 대기업 정규직을 거쳤다. 서씨의 전임자는 미국 대학 졸업 후 축구 빅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전북현대 측은 “가족 사항은 묻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으로 (서씨를) 뽑고 보니까 엄마가 추 장관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