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이르면 올해 안에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 근로자 100여 명이 서울에 있는 가정에서 가사·육아 일을 시작한다. 부부의 가사·육아 부담이 저출생의 주요 원인인 만큼 외국인 도우미를 도입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외국인 가사 근로자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래픽=박상훈

외국인 도우미 고용이 가능한 지역은 서울시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20~40대 중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임산부 등이 신청할 수 있다. 서울 외 지역은 안 된다. 비용은 국내 최저 임금을 적용한다. 시급 9620원이고, 월급으로는 201만원 정도다.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최대 근무 시간은 미정이다. 도우미 1명당 최소 근로시간은 주 30시간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야간과 휴일에도 고용할 수 있지만 국내법에 따라 1.5배 임금을 줘야 한다. 외국인 도우미의 최소 근로 기간은 6개월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 최저 임금을 적용하지 않아 월급이 70만원 정도라고 한다. 한국에서 월 200만원은 적지 않은 부담이란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이번 사업 초기엔 임금 중 숙박비·교통비·통역비 등 일부를 부담할 계획이다. 지금 한국인 가사 인력을 쓰려면 출퇴근 방식은 시간당 1만5000원 이상 줘야 한다. 입주형은 월 350만~450만원 수준이다. 웬만한 근로자의 한 달 월급이다.

외국인 도우미는 입주가 안 된다. 홍콩·싱가포르와 달리 집 안에 가사 도우미가 지낼 별도 공간이 마땅하지 않아 사생활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직접 근로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인증을 받은 기관이 외국인 근로자(E-9 비자)를 고용하는 방식이다. 외국인 도우미의 숙소는 이들 기관이 마련하고, 숙소 비용은 근로자가 부담한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는 가사와 육아 일만 시킬 수 있다. 청소, 세탁, 설거지, 아이 돌봄 등이다. 장애인과 고령자, 환자 등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돌볼 수 없다. 장애가 있는 아동도 맡길 수 없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사 도우미 출신국은 사실상 필리핀이 유력하다. 필리핀은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 훈련 후 수료증을 발급하는 자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도우미의 경력, 연령, 한국어나 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반면 내국인 가사 근로자는 계속 줄어들고 평균 연령도 올라가고 있다”며 “외국인 도우미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국인 가사 인력 취업자는 2019년 15만6000여 명에서 작년 11만 4000여 명으로 줄었다. 고령화도 심각해 63.5%가 60대 이상이다. 반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날 고용부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는 “5060 육아 도우미를 선호하는 것은 2030 부부가 가지지 못한 육아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도우미가 이론만으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참석자도 “육아 도우미는 임금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문화도 한두 번 교육받는다고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외국인 도우미에게 줄 지원금을 국내 부모나 친인척에게 주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