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주 52시간제 개편안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집단 반발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기성 노조들과 노선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온 MZ세대 노조 역시 ‘주 52시간 제도 정착이 안 됐는데, 근로시간을 더 늘리는 것은 안 된다’며 공식 반대 입장을 낸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편 방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핵심은 “(결과적으로) 일을 더 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MZ세대의 불안감이다. MZ세대 사이에선 ‘주 52시간인 근무시간도 적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현재의 근로시간제는 엄밀히 따지면 주 40시간제다. 여기에 주 최대 12시간의 연장 근로를 허용해 주 52시간이 된다. 주 52시간에서도 야근이 이루어진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해지는데, 이건 너무 길다며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정부는 주 69시간은 극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해 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예컨대, 첫 주에 69시간 일했으면 그다음 주는 63시간만 할 수 있고, 그다음 주부터는 무조건 정시에 퇴근해야 한다. 이처럼 연장 근로 여분을 안 남기고 몰아 쓰기보다는, 적절히 나눠 쓰는 것이 사업주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하지만 어찌 됐든 특정 주에 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난다는 게 MZ세대 생각이다.

정부는 ‘제도를 바꿔도 근로시간 총량이 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MZ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현재 상당수 기업에서 매주 52시간씩 채워 근무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어떤 주든 52시간은 넘길 수 없다. 하지만 연장 근로 단위 기간이 월로 바뀌면 한 주는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실제 근무시간이 늘 수 있다는 게 MZ세대 주장이다. 예컨대 한 달 기준으로, 지금은 52시간-44시간-48시간-40시간(주 평균 46시간) 근무가 이루어지던 회사가 제도가 바뀐 후에는 69시간-44시간-48시간-40시간(주 평균 50.25시간)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정부는 연장 근로 단위 기간이 길어질수록 총량을 10~30% 줄여 분기는 주 평균 50.8시간, 반기는 49.6시간, 연은 48.5시간을 못 넘게 했다. 하지만 단위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시 퇴근한 날, 연차 쓴 날 등이 더 많이 포함되면서 전체 근무시간 평균을 크게 깎아 먹는다. 이 효과를 감안하면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 일한 만큼 더 쉴 수 있다는 설명에도 의구심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이 적을 땐 정시 퇴근할 수 있게 한다는데, 정작 그때 가서 일이 적다는 보장이 없다” “이전 며칠 동안 늦게까지 야근을 했다고, 오후 3시에 퇴근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연차도 제대로 못 쓰는데, 일 더 한 만큼 휴가를 받아 제주도에 한 달 살라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 ‘회사가 강제로 휴가 보내라는 규정이 없는데, 현실을 모르는 애매한 개편’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야근하기 싫다”는 MZ세대 분위기를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MZ세대는 특히 회사들의 근로시간 관리에 구멍이 많다고 지적한다. 야근했는데도 안 한 것으로 가짜로 입력하거나, 포괄임금제 등을 통해 공짜 야근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가 바뀌면 회사가 대놓고 야근을 더 자주 시키거나, 일은 일대로 더 하고 돈은 못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노사 선택지를 넓혀준 것이고, 본인들이 원치 않으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MZ세대는 “현재 주 52시간도 근로자 동의가 있어야 야근을 시킬 수 있지만 실제로 동의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제도가 도입되면 근로자들이 원하지 않아도 회사가 원하는 대로 근로시간이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이 MZ세대 사이에 퍼져 있다.

정부와 당 등에선 개편안 추가 수정을 시사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15일 브리핑에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69시간은 너무 과도한 시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능성은 다 열어놓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